홍수용 기자
요즘 펀드에 들려고 은행에 가면 직원은 펀드 수익률이 주가지수 흐름을 쫓아가는 인덱스 펀드 리스트부터 보여준다. 펀드 가입에 드는 비용인 총 보수가 싸다는 것. 한 펀드왕의 결론부터 말하면 인덱스 펀드는 지금 가입하기에 유리한 면이 있다. 하지만 보수가 주된 이유는 아니다.
펀드에 드는 사람이 내야 하는 비용은 보수와 수수료가 있다. 보수는 자산운용사가 떼는 운용보수+은행이나 증권사 등 펀드를 파는 회사에서 떼는 판매보수+주식을 보관하는 수탁회사에서 떼는 수탁보수+사무관리회사가 떼는 관리보수를 모두 합친 것이다. 수수료는 판매사에 한 번만 낸다. 보수와 수수료는 인터넷으로 가입하면 가장 싸다.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펀드를 추천받아 집에서 인터넷뱅킹으로 드는 게 가장 싸다.
아쉽지만 국내에선 이런 5P를 전문적으로 검증하지 못한다. 그나마 위안이 된다면 5P가 딱 들어맞는다고 반드시 높은 수익률을 보장받진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외국도 마찬가지다.
한국 현실을 감안할 때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는 펀드 가운데 과거 수익률이 급등락하기보다 꾸준했던 펀드를 고르는 게 좋다. 투자성향은 은행에서 진단받을 수 있다. 공격형으로 나오면 주식 편입비중이 높은 펀드에 들고, 안정형으로 나오면 채권 편입비중이 높은 펀드에 드는 식이다.
펀드는 물론 은행예금과 달리 예금자보호법의 보호(5000만 원 한도)를 받지 못해 원금손실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위험한 건 아니다. 판매사(증권 은행)가 펀드를 팔고, 펀드자금을 수탁회사가 맡아두고, 자산운용사가 펀드자금 운용을 지시하는 칸막이가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예컨대 은행이 팔고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에 3000만 원을 넣었는데 은행과 자산운용사가 한꺼번에 망했다고 하자. 투자한 주식에만 문제가 없다면 수탁회사에 보관돼 있는 원금을 찾을 수 있다. 또 판매사가 망하면 운용회사에 원금을 청구할 수 있고, 운용회사가 망하면 판매사에 청구할 수 있다.
앞에 언급한 두 펀드왕은 금융위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개인이 재산을 불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보다 현재 증시에서 평가받는 가치가 낮아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은 이른바 ‘가치주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했다. 가치주펀드는 덜 오른 적은 있어도 망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큰 회사 주식을 중심으로 운용해 좋은 성적을 내다가 최근 소규모 주식에 관심이 쏠리는 ‘중소형주 장세’가 이어지면서 일시적으로 주춤하는 경쟁사의 대형 성장형 펀드를 꼽았다. 물론 자기 회사의 가치주 펀드도 추천했다.
허 부사장은 가치주 펀드와 성장형 펀드를 추천하면서도 단기적으로 전체 주식시장의 흐름과 비슷하게 움직이도록 설계된 인덱스 펀드의 매력이 꽤 부각된 상태라고 했다. 이 인덱스 펀드는 개별 종목을 분석하지 않고도 전체 평균과 비슷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덱스 펀드가 과거 7년 정도 수익률이 부진한 상태였는데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바닥을 치고 오를 때가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인덱스 펀드 보수가 낮은 편이라는 점은 덤이다.
그런데 두 펀드왕의 선배격인 한 ‘펀드의 제왕’은 3년 전 기자에게 “앞으로 10년간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 안전자산 위주의 투자가 필요하다, 향후 한국의 경쟁상대는 일본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이다, 국내 기업이 현금을 움켜쥐고 있다고 하지만 몇몇 대기업에 국한된 얘기다”라고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제왕의 식견이 놀랍기도 하지만 두 펀드왕의 추천 펀드도 영원히 만개할 꽃들은 아니라는 경고로 들린다.
이는 다시 말해 두 펀드왕이 추천한 펀드들을 참고하되 가입한다면 무작정 묻어 두지 말고 경기 사이클과 주가지수를 감안해 적절한 시점에 환매하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