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착한 병원]
대항병원은 국내 대장항문 전문병원 중에서 가장 많은 복강경 대장암 수술을 하는 병원이다. 이 병원에서 대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는 수술 전후 관리를 대장암 일대일전담팀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 대항병원 제공
○ 끝까지 일대일로 관리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인증 위탁 수행기관인 의료기관평가인증원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대장항문전문’ 대항병원의 운영 제1원칙은 ‘한 번 찾아온 환자의 임종까지 책임진다’는 것이다. 특히 수술 이후 평생 철저한 관리가 필수적인 대장암 환자들을 위해서는 외과 의사 3명, 전담 코디네이터 2명, 간호사 18명으로 구성된 대장암 전담팀까지 꾸렸다. 일단 이 병원에서 수술 받은 환자는 당시 진료를 담당한 의료진이 항암치료와 검진까지 끝까지 전담하는 일대일 마크 시스템을 서비스 받는 셈이다. 이는 대항병원(97병상) 규모의 작은 병원에선 갖추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이 병원과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전문병원에서는 아직 시도되지 않았다.
더욱 눈여겨볼 만한 건 수술 뒤에도 정기적인 상담과 관리가 필요한 대장암의 특성에 맞춰 환자와 의료진을 잇는 ‘24시간 일대일 전화 상담 시스템’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미 퇴원한 환자라도 만약 몸에 조그만 이상 증세만 나타나도 즉시 의료진과의 접촉이 가능해졌다.
○ 환자 편의를 위한 병원의 진화
환자 편의를 위한 대항병원의 고민은 끊임없는 ‘장 정결제(세척제)’ 업그레이드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장 정결제는 대장내시경 이전에 장에 든 이물질을 비워내기 위해 물에 태워 먹는 약물. 일반적으로 물 4L 정도는 함께 섭취해야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코리트산 등 기존 정결제는 메스꺼운 맛과 향 때문에 환자 중 일부는 약물 마시기를 거부하고 내시경을 못 받는 일도 허다하다.
수차례 이런 일을 경험한 이두한 원장은 2012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먹기 좋은 장 정결제를 만들기 위한 연구에 나섰다. 지금까지 총 11차례에 걸친 실험과 의료진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끝에 2013년 4월부터 쿨프렙산, 피코라이트산, 가소콜액 등을 조합한 3L짜리 정결제 처방을 만들어냈다.
당장 환자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새콤한 비타민C가 포함된 쿨프렙산을 주로 쓴 결과 “생각보다 맛이 괜찮다”는 환자가 늘어난 것. 실제로 기자가 기존 코리트산 약물 100mL와 같은 양의 쿨프렙산 등을 조합한 약물을 시음해본 결과 메슥거리던 식감이 훨씬 나아져 마시기가 한결 수월했다.
또 이 원장은 최근 일명 ‘손비데’라는 간단한 물 세척 스프레이도 고안해 환자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항문 수술을 받은 환자가 당장 휴지를 쓸 수 없어 외부 활동하는 게 어렵다는 점을 감안했다. 올 2월 치질 수술을 받고 손비데를 사용하고 있다는 김미경 씨(46·여)는 “이젠 밖에서도 변을 보기 두렵지 않다”며 “아픈 환자들은 병원의 작은 배려에도 감동 받는다”고 말했다.
착한병원으로서 대항병원의 면모는 사내 기금 조성을 통해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환자들의 무료 수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2001년 5월부터 전 직원의 기부금으로 조성된 ‘사랑나누미’ 기금을 통해 환자 8명에게 수술비를 지원하고, 지역 복지시설에 기부를 아끼지 않았다.
2006년 1월부터 병원의 도움으로 10차례가 넘는 대장암 무료 수술을 받은 최종순 씨(57·여)는 “이미 모든 걸 포기한 내게 병원이 무상으로 수술과 치료를 해주고 있다”며 “그 빚을 갚고자 하는 마음에 요즘은 대항병원에서 주말마다 암 병동을 돌며 음악봉사와 웃음치료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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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병원은 병상 규모가 100개도 채 안 되는(97병상) 중소병원이다.
특히 작은 병원에서 24시간 일대일 전담 시스템을 구축한 면에 대한 호평이 높았다. 장동민 전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은 “24시간 진료가 가능한 점은 환자의 안정감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마치 환자들이 의료진을 가족같이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대항병원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QI(Quality Improvement)’ 팀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김명애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인증사업실장은 “자체적인 QI팀을 두고 어쩌면 사소해 보이는 장 정결제 업그레이드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100병상 이하 병원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중소병원에서 모든 걸 갑자기 따라하는 건 힘들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항병원은 1990년 개원한 이래 24년간 대장·항문 영역에만 집중했다. 따라서 신생 의료기관이 이 병원의 노하우를 한꺼번에 따라가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지수 서울와이즈요양병원장은 “사실 다른 작은 병원에서는 무엇부터 따라가야 할지 갈피가 안 잡힐 것 같다”며 “공익적인 면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함께 공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