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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본죽 가맹점주 75%가 여성… 젊은 직원 창업땐 후원금 지급”

입력 | 2014-03-18 03:00:00

[외식기업을 다시 보자]<5>김철호 본아이에프 회장




김철호 본아이에프 회장이 서울 종로구 관철동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지난달 초 인터뷰를 위해 ‘본죽’으로 유명한 본아이에프 사무실을 찾았을 때 창업 희망자 교육이 한창이었다. 참가자 중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더 많은 게 눈에 띄었다. 김철호 본아이에프 회장은 “전국 1457곳의 본죽 가맹점주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75%로 매우 많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김 회장은 “메뉴가 단순하고 조리법이 체계화돼 있는 데다 포장 손님의 비율이 높아 식당 경험이 없는 여성이나 실버 창업자도 사업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며 “은퇴해도 계속 일해야 하는 요즘 세상에서 괜찮은 일자리 해법 하나를 프랜차이즈 기업이 내놓은 셈”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01년 56만 명이던 프랜차이즈 관련 고용은 2011년 경제활동 인구의 5%인 124만 명으로 증가했다.

2002년 처음으로 죽을 상품화한 프랜차이즈로 성공을 거둔 김 회장은 최근에는 본도시락으로 프리미엄 도시락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은퇴한 부부 창업자들이 관심을 보이며 사업 시작 1년 만에 150개 점포를 돌파했다.

김 회장은 “사업에서 떼돈을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패하지 않을 확률을 높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 자신도 한 신문사에서 일하다가 1993년 창업에 나선 뒤 목욕용품, 인삼가공식품 등에서 여러 번 실패한 경험이 있다. “죽으로 대박을 터뜨린 뒤에도 국수나 덮밥 등 뒤이은 아이템에서 실패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새 브랜드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10%밖에 안 되는데, 아무 경험 없는 은퇴자나 청년들에게 무작정 창업을 권유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죠.”

그는 이런 이유로 크든 작든 성공의 경험들을 확산시키는 일이 골목상권을 살리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직원으로 일하며 익힌 노하우로 꼬치 전문점 브랜드를 만들어 독립한 젊은 직원들에게는 “꼭 성공하라”며 후원금도 줬다. “개인의 사업성공 노하우를 가맹점주들에게 확산시키고 로열티를 받는 이 사업은 창조경제와 맥이 닿아 있는 산업입니다.”

김 회장은 “생계형 가맹점주들은 다른 소상공인과 마찬가지로 골목상권의 주역”이라며 “갑을 논쟁 등으로 부정적 인식이 커진 이 산업이 더 클 수 있도록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200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해외 진출에 나선 김 회장은 미국, 중국에 이어 올해는 일본에 발을 들일 계획이다. “‘며느리도 모르는’ 맛집 비법으로는 해외에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생전 처음 죽을 먹어본 사람도 금세 가장 훌륭한 죽 요리사로 만들 수 있는 기업의 힘으로 한식 세계화를 이루겠습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