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치안 프로이트, 존 민턴, 1952년
그림 속 남자의 얼굴을 보라. 한눈에도 그의 영혼이 병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초록색 윗옷 색깔이 반사된 얼굴색, 초점 잃은 눈동자, 확장된 동공, 벌어진 입술은 내면의 불안과 고통을 거울처럼 보여주고 있다.
초상화의 모델은 영국의 화가, 삽화가로 활동했던 존 민턴이다. 놀랍게도 민턴은 이 그림이 그려지고 난 5년 후인 1957년 알코올 의존증과 우울증을 겪다가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프로이트가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와 나눈 대화에서 창작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를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실제로 같은 사람도 그날그날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혈액순환과 세포의 다양한 물질이 조금씩 달라지니까요…나는 내 초상화가 사람들을 닮은 초상화가 아니라 사람들에 대한 초상화이기를 바랍니다. 나는 흉내쟁이처럼 그저 유사함을 얻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가 주어진 배역을 완벽하게 연기하는 것처럼 그들을 묘사하기를 원합니다. 내게 물감은 사람입니다. 그것이 내게 피부처럼 작용해 주기를 바랍니다.’
창작 비결을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배우가 배역에 몰입해 완벽하게 그 인물 자체가 되어 연기하는 기법)에 비유한 거장의 말에 가슴이 철렁해진다. 내 귀에는 ‘너는 단 한 번이라도 타인과 진심으로 교감하고 소통한 적이 있었는가?’라는 말로도 들리니까.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 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