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선언후 첫 만남부터 기싸움
웃고 있지만…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김황식 전 국무총리(왼쪽)와 정몽준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 있는 김 전 총리의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만나 웃고 있다. 출마 선언 후 처음 마주한 두 사람은 경선 방식 등을 놓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뼈 있는’ 상견례
정 의원이 김 전 총리의 출마 기자회견을 거론하며 “서울이 대한민국의 심장이라는 표현, 참 좋은데 제가 2주일 전에 먼저 썼거든요”라며 견제구를 날렸다. 그러자 김 전 총리는 “서울이 대한민국 심장이란 얘기는 오래전부터 쓰이는 단어인데 최근에 쓰셨다면…”이라며 받아쳤다.
이어 20여 분간 진행된 비공개 회동에서도 긴장감은 지속됐다. 정 의원 측 이사철 전 의원과 김 전 총리 측 이성헌 전 의원이 권역별 순회경선을 두고 한 치 양보도 없는 설전을 벌인 것이다. 관례대로 ‘원 샷’ 경선을 하자는 정 의원 측에 대해 흥행몰이를 위해 4개 권역별 순회경선을 하자는 김 전 총리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두 후보가 “오늘은 이 얘기를 하러 온 게 아니다”라고 수습에 나서 일단락됐다.
앞으로 지지율 추이에 따라 ‘정몽준의 굳히기냐, 김황식의 뒤집기냐’가 결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음 달 초가 승부를 가를 고비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7선 국회의원과 대선후보를 지낸 정 의원이 높은 대중성을 바탕으로 김 전 총리에 비해 한발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정 의원은 김 전 총리에 비해 지지층 결집에 강점을 지닌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의원에 대한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의 거부감이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친박 측에서 보기엔 정 의원의 부상은 대선후보의 조기 가시화라는 면에서 부담이 된다”며 “친박 주류가 장악한 당내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김 전 총리가 가진 표의 확장성에 주목했다. 다양한 국정운영 경험과 호남 출신 여당 후보라는 특수성이 본선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이란 설명이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