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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찔러주면 사형도 무기징역으로”

입력 | 2014-03-18 03:00:00

[동아일보 통일코리아 프로젝트 2년차/준비해야 하나 된다]
北 떠난뒤 새로 만난 세상, 탈북자 60인의 증언
北에선 뇌물 주면 모두 해결… 담배 1보루나 술 1병이 기본




“겉모습만 사회주의이고 굴러가는 방식은 자본주의와 같습니다.”

심층취재에 응한 탈북자들은 한결같이 북한의 현 상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돈이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사회라는 얘기다.

북한은 자유주의 국가와는 달리 거주 및 이동의 자유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젠 돈만 주면 다른 지방은 물론이고 평양까지도 갈 수 있다고 했다. 박민철 씨(44)는 “북한에서 뇌물의 기본단위는 담배 한 보루나 술 1병”이라며 “장사를 위해 통행증을 얻으려면 ‘고양이 담배’로 불리는 크라벤 담배를 찔러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이 담배는 영국 BAT사와 북한이 합작해 만드는 담배로 대표적인 뇌물 수단으로 통용된다. 이 담뱃갑에는 검은 고양이가 그려져 있다.

2011년 국내에 들어온 김유진 씨(74)는 “보위지도원에게 2년간 명절과 기념일마다 고양이 담배 한 보루를 다섯 번 정도 상납한 뒤 여권을 얻었다”고 했다.

북한에서 뇌물은 군대에서도 통한다.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대 1순위는 신의주처럼 국경에 있는 부대라고 한다. 중국인 밀수업자, 탈북 브로커 등 불법 월경자들을 상대로 돈을 받아 챙기는 이런 부대를 제대하면 TV를 구매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챙긴다는 것.

정치범이 아닌 일반 사형수들은 뇌물을 주고 무기징역으로 감형되기도 한다. 선호하는 대학교나 학과도 뇌물이면 다 통한다.

일본에 거주하는 20대 후반의 여성 탈북자는 “북한에 있을 때 밀수하는 친구를 통해 한국 드라마 ‘가을동화’ DVD를 구해 보다가 경찰에 걸렸다. 뇌물을 건네자 ‘뭐 좋은 DVD는 없나’라며 ‘천국의 계단’을 구해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동아일보·아사히신문 공동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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