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통일코리아 프로젝트 2년차/준비해야 하나 된다] “탈북했다 中공안에 잡혀 강제북송… 車트렁크에 5명 함께 갇혀 옮겨져 北조사실서 두들겨맞고 강제노동”
“북한에서 태어난 것 자체가 인권침해였습니다.” 함경북도 무산군 출신인 이성재(가명·34) 씨는 북한에서 겪었던 일을 생각할 때마다 몸서리를 친다. 1999년 먹을 것을 찾아 중국에 갔던 그는 2001년 중국 공안에 붙잡혀 강제 북송됐다. 함께 북송된 무산군 출신 4명과 함께 8시간가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렁크에 갇혀 옮겨졌다. 그의 다리는 누군가의 가슴에, 또 다른 누군가의 다리는 그의 머리에 닿았다.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무산군 조사실에 불려가 각목으로 두들겨 맞은 그에겐 재판도 없이 강제노동 6개월 처분이 내려졌다. 염전 건설현장의 특수부대 출신 감독관들은 주먹부터 휘둘렀다. 이 씨는 “맞아서 이나 갈비뼈가 부러진 사람도 봤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12월 특별 공동취재팀을 구성해 탈북자 60명에 대한 심층 면접조사를 진행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북한 인권침해 실태 보고서 발표에 맞춘 작업이었다. 마이클 커비 COI 위원장은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5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출석해 최종 결과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는 “반인도적 범죄는 북한의 국가 최고위층의 정책에서 비롯됐으며 그 규모와 잔혹성, 심각성은 현 시대에 비교할 곳이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별취재팀이 만난 탈북자의 이야기도 COI 보고서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전경희(가명·61·여) 씨는 “2009년 화폐개혁 이후 대부분의 거래가 중국 화폐로 이뤄졌다. 북한 기관원은 중국 화폐를 단속한다면서 여성의 브래지어까지 들춰 보곤 했다”고 말했다.
조성원(가명·19) 씨는 “남한에 온 뒤 ‘인권’이라는 개념을 배웠다”며 “북한에선 당연히 여행증을 발급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것도 인권침해였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아사히신문 공동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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