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 신고 이명옥 옹… “日서 일하면 잘 먹어” 꾐에 승선 탄광 일하다 허리 펴면 몽둥이질… 왼발 다쳐 절룩거리며 4년 노동
전남 여수항에서 일본행 배에 오르자 그동안 온갖 ‘감언이설’을 쏟아내던 일본인들은 알지도 못하는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이 옹은 “영문도 모르고 맞았어. 가져온 짐도 다 빼앗기고…. 더 무서운 것은 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는 거였지”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렇게 어두컴컴한 배 안에서 이틀이 지나자 드디어 배는 멈췄다.
배에서 내린 뒤 다시 차량에 짐짝처럼 실려 간 곳은 일본 후쿠오카(福岡) 현 이즈카(飯塚) 시에 있는 한 탄광. 미쓰비시(三菱)사가 운영하던 곳이었다. 이 옹을 데려온 사람들은 미쓰비시 탄광 직원들이었다. 광원의 상당수는 이 옹처럼 조선 출신의 젊은이였다.
굽힌 허리를 잠시라도 펴려고 하면 어김없이 ‘게으르다’며 몽둥이가 날아왔다.
1▼ 恨 못풀었는데… 위로금 신청 6월에 끝나 ▼
바로 옆에서 일하던 동료가 갱도가 무너지면서 죽는 장면도 수시로 목격했다. 이 옹도 낙석으로 왼쪽 발의 신경 부위를 다쳤다. 지옥 같은 탄광생활은 4년이 넘어야 끝났다. 그리고 1945년 10월 다리를 절며 그리던 고향에 돌아왔다.
당시 경험에 대해 그저 “악몽을 꿨다”며 기억 속에 묻었던 이 옹은 지난달 18일 전북 완주군청 민원실을 찾았다.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위원회에 피해자 조사를 신청하기 위해서다. 뒤늦게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지원 사실을 들은 가족의 권유 때문이다.
14일 위원회 조사관 4명이 이 옹을 찾았다. 이들은 이 옹 및 유족들의 진술 녹화, 부상 부위 촬영 및 동네 주민 진술 확보 등 조사를 진행했다. 이 옹의 사연은 앞으로 객관적인 심사를 거친 뒤 위로금 지급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완주=백연상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