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렇게 나란히 거론되는 이름 중에서도 독일의 중기 낭만주의 거장인 펠릭스 멘델스존(1809∼1847)과 로베르트 슈만(1810∼1856)의 관계는 각별했습니다. 활동 시기와 지역도 비슷했고, 둘 다 작곡 외의 특기가 있었던 점도 같습니다. 멘델스존은 지휘자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한 당대 지휘 거장이었습니다. 슈만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평론가였습니다. 지휘자로서 멘델스존은 슈만의 신작을 기꺼이 무대에 올렸고, 슈만은 멘델스존을 음악 저널에 널리 소개했습니다.
옛 거장의 잊혀진 명작을 소개하는 데 열심이었다는 점도 비슷했습니다. 멘델스존은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찾아내 1829년 역사적 초연을 이뤄냈습니다. 슈만은 슈베르트의 교향곡 9번을 발굴해 1839년 멘델스존의 지휘로 초연되도록 했습니다.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 헝가리 출신 피아노 거장 안드라스 시프는 슈만과 멘델스존 곡만으로 프로그램을 짰습니다. 멘델스존 ‘엄격변주곡’ 작품 54와 환상곡 작품 28, 슈만 소나타 작품 11과 ‘교향적 연습곡’ 작품 13을 연주합니다. 두 거장이 기뻐할지 모르겠습니다. 마침 사순절기를 맞아 국립합창단이 20일 같은 장소에서 ‘마태수난곡’을 연주하는군요. 바흐도 멘델스존에게 거듭 고마워할 것 같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