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이 서로 다른 다수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을 의미하는 다각화 전략은 다양한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지닌다. 그중에서도 미국 시카고대 아밋 세루 교수는 다각화 전략이 기업의 연구개발(R&D)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을 가졌다. 세루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각화를 추진하는 기업에 인수된 기업(피인수 회사)은 혁신성이나 독창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루 교수는 분석을 위해 인수 후보에 오른 기업, 즉 피인수 대상 기업을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눴다. 즉, A그룹은 우호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인수가 완료된 기업(피인수 성공기업)으로 구성했고, B그룹에는 M&A 협상 실패로 인수가 되지 않은 기업(피인수 실패기업)들을 한데 모았다. 이후 A그룹과 B그룹 각각에 속해 있는 기업들이 생산한 특허의 인용 횟수를 비교했다. 특허 인용 횟수가 많을수록 R&D의 독창성이 높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A그룹에 속한 기업들의 경우 B그룹에 속한 기업들에 비해 인수합병 후 특허 인용 횟수가 60%가량 감소했다. 특허 인용 횟수가 감소했다는 것은 기업의 창의성이나 독창성을 반영하는 R&D활동이 이전보다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 같은 인용 횟수 감소는 다각화 기업에 인수된 기업에서만 나타났다. 다각화 정도가 약한 기업에 인수된 기업에서는 피인수 성공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특허 인용 수가 감소하지 않았다.
다만 M&A와 다각화 전략이 항상 부정적이기만 하다는 식으로 이 연구 결과를 해석해서는 안 된다. 창의성이나 독창성이 상대적으로 덜 강조되는 분야라면 다각화 전략이 지니는 장점이 더 강하게 반영될 수도 있다.
전상경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