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벗은 북한 땅을 푸르게] [준비해야 하나 된다]<上>北에 나무심기 왜 필요한가
‘북한의 전체 산림이 민둥산으로 변하는 건 시간문제다.’
북한의 산림 훼손에 따른 환경문제가 시한폭탄처럼 다가오고 있다. 남북한이 분단돼 있다는 이유로 남북 산하(山河)를 푸르게 통일시키는 노력까지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국내외 전문기관들은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세우지 않는 한 통일한국은 황폐한 북녘 산하 때문에 시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세계자원연구소(WRI)는 18일 위성사진 등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2001년 이후 지난해까지 북한에서 사라진 산림 면적이 새로 조성된 산림의 10배가 넘는다고 밝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경고는 더 섬뜩하다. 지난해 3월 ‘세계 산림의 날’을 맞아 FAO는 “매년 평양시 크기(약 11만2000ha) 또는 국제규격 축구장 13만 개 면적의 산림이 북한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1990년 820만1000ha였던 북한 산림은 2011년 554만 ha로 줄었다고 FAO는 밝혔다. 북한 산림의 32.4%가 사라진 것이다. FAO는 “다락밭 개간이나 벌목, 토양 침식이 북한 산림 황폐화의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빅토르 테플리아코프 서울대 교수는 “당장 해마다 서울특별시 면적만큼 나무 심기를 해도 북한의 조림이 이뤄지기까지 50년이 넘게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최근 북한 지역 5곳의 2005년과 2012년 위성사진을 비교한 결과도 이 지역의 산림 가운데 49.3%가 황폐지였다. 2008년 북한 전역을 조사한 결과에서 나온 산림 황폐화 비율(32%)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기 약 7개월 전인 2011년 4월 27일 당, 국가경제기관, 근로단체 대표들에게 ‘식목과 산림 보호’를 강조할 만큼 당국 차원에서 관심을 썼으나 제대로 성과를 못 낸 셈이다. 산림의 절반 가까운 면적이 제대로 된 나무가 없는 상태라면 각종 자연재해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번 조사는 평양 개성 등 도시와 양강도 혜산, 황해북도 봉산 등 농촌지역 5곳의 7년간 산림 면적 변화를 대조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도농을 막론하고 산림 황폐가 심각했으며 인구가 밀집한 지역일수록 황폐화가 더 빨리 진행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 ‘시간이 금’인 북녘 녹화 비용
국립산림과학원은 황폐된 북한 산림 284만ha(2008년 기준)를 복구하는 데 모두 32조1172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관련 근로자 인건비를 개성공단 월 임금(약 144달러)을 기준으로 추산한 것이다. 월 임금 기준을 한국 근로자에 맞추면 복구비용은 훨씬 더 증가한다. 직접 나무를 심는 조림에 드는 돈은 7조2680억 원이지만 토지와 나무가 쓸려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방사업에 23조4140억 원이나 들 것으로 예상된다. 양묘장 조성과 복구(5410억 원) 등 다른 부대비용도 만만치 않다.
시간이 갈수록 북한 산림 복구 사업에 필요한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민둥산에 비가 오면 영양분이 씻겨나가고 지력이 약해져 나무를 심더라도 그만큼 활착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자연재해에 따른 인적, 물적 피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독일 비정부 환경단체인 ‘저먼워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북한에서 37건의 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해 국내총생산(GDP)의 8%에 이르는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산림과학원 박경석 박사는 “북한 산림복구는 일방적으로 퍼주는 게 아니라 통일 세대에게 푸른 금수강산을 복원해 유산으로 물려주는 미래 투자사업으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이춘석 한국양묘협회 사무국장도 “북한이 향후 10년간 산림녹화에 역점을 두고 있고 박근혜 정부도 그린데탕트 정책을 추진하는 지금이 (북한 산림녹화에) 최적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