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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134명 중 완주 26명… 죽어가는 한국마라톤

입력 | 2014-03-19 03:00:00


양종구·스포츠부 차장

16일 열린 2014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5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국내 엘리트 선수들의 그릇된 행태가 나타났다.

이날 국내 남자부 1위를 차지하며 신예로 떠오른 심종섭(23·한국전력) 등 최선을 다한 선수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선수가 중도에 기권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포기했다. 남자부에서 18명만 완주했고 33명이 중도에 포기했다. 47명은 참가 신청을 하고 아예 출전도 하지 않았다. 여자부도 마찬가지다.

국내 1위를 한 김성은(25·삼성전자) 등 8명이 완주했고 8명이 기권, 20명은 아예 대회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훈련 중 다쳤을 수도 있고 대학 유망주 등 아직 풀코스를 완주할 준비가 되지 않아 훈련 삼아 10∼20km까지만 달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남녀 134명이 등록하고 단 26명만 완주한 것은 사실상 한국 마라톤이 죽어가고 있다는 단면을 보여준다.

이런 포기문화는 오래됐다. 남녀 200명에 가까운 선수가 자웅을 겨루던 모습을 10여 년 전부터 찾아볼 수 없었다. 3, 4개월간의 겨울훈련 기간이 지난 뒤 매년 처음 열리는 동아마라톤은 ‘꿈의 무대’였다. 모든 선수가 참가해 신기록에 도전했다.

1964년 이후 나온 19개의 한국 최고기록 가운데 10개가 동아마라톤에서 나왔다. 이제 이런 모습은 ‘옛 이야기’가 됐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기권이나 포기는 지도자와 선수가 의무를 저버린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모든 선수는 대회에 자주 참가하고 그 결과를 제대로 분석해야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훈련의 효과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대회 참가다. 성공과 실패에 따라 다양한 원인 분석을 해 향후 훈련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 자체를 하지 않는다면 지도자나 선수로서 ‘존재의 이유’도 없다.

김 교수는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오히려 패배 혹은 실패가 더 큰 교훈을 준다. 뭘 잘 못했는지 고민하고 결국 발전의 길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에만 집착하고 패배가 두려워 대회를 포기하는 것은 운동 자체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양종구·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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