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미천면 ‘운석 사냥꾼’ 몸살
운석이 발견된 경남 진주시 미천면 오방리 일대에 ‘운석 사냥꾼’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18일 미천면 오방리 야산에서 한 운석 사냥꾼이 막대기로 낙엽을 헤치며 운석을 찾고 있다(위쪽 사진). 미천면 지방도 1007호 선에는 ‘운석 사냥꾼’이 몰고 온 차량이 줄지어 주차돼 있어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진주=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이른바 ‘로또 운석’을 찾는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경남 진주시 미천면 오방리. 17일 만난 주민 강종술 씨(73)는 “충청도에서 온 사람도 있고 외국인 ‘운석 사냥꾼’도 돌아다닌다고 들었다”며 “꽃이 한창 피어 있는 매실나무 밭에 사람들이 몰려다니니 가지가 부러지는 등 피해가 많지만 말릴 수도 없다”고 말했다.
논개의 혼이 서린 충절의 고장이자 문화교육 도시인 진주에 몰아닥친 운석 열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농촌 마을에는 피해도 적지 않다. 10일 오전 첫 운석이 발견된 대곡면 단목리에서부터 11일 두 번째 운석과 16일 운석 추정 돌이 발견된 미천면 오방리 일원에는 운석 탐사꾼들로 북적댄다. 이곳에서 등산복에 등산화를 신고 배낭을 멘 ‘운석 사냥꾼’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외지인이 대거 몰리면서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마늘과 파, 시금치 등을 재배하는 논밭을 마구 쏘다니는 데다 유실수의 가지를 부러뜨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미천면 벌당리에서는 도둑이 들기도 했다. 미곡마을 정길용 씨(76)는 “농사철에 왜 개까지 몰고 다니면서 난리인지 모르겠다”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일부 운석 사냥꾼은 대형 자석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까지 동원한다는 후문이다.
두 번째 운석 발견자인 박상덕 씨(80)는 “이제 외지인들이 그만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경꾼과 취재진에게 안내를 하느라 지쳤다는 것. 외지 차량들이 마을을 관통하는 지방도와 농로 등지에 마구 주차하면서 사고 위험도 커지고 있다. 미천면사무소 정금영 총무계장은 “운석이 수십억 원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탐사객들이 몰렸으나 가격이 수천만 원대로 감정됐다고 하니, 곧 조용해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18일 간부회의에서 “운석은 우주 연구에 귀중한 자료인 만큼 해외 반출을 막고 연구적 활용과 보존을 위한 관리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운석을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하나의 기념물로 보고 해외 반출이 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통관 당국에 협조를 요청했다. 정부는 운석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전북 고창군에서도 운석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무더기로 발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고창경찰서는 18일 흥덕면에 사는 고모 씨(55)가 전날 동림저수지 제방 인근에서 운석으로 보이는 2∼3cm 크기의 암석 30여 개를 주워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