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경쟁법 위반 소송-벌금 강화… 한국기업 4곳도 제재 직전 합의
미국이 자국산 소프트웨어(SW)를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외국의 수출기업에 매서운 칼날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2년을 맞아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하면서 한국 수출기업도 이를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17일 미국 현지 한국진출 기업에 따르면 한국 수출기업 4곳이 최근 불공정경쟁법(UCA)을 위반한 혐의로 제재를 받기 직전에 법 집행을 모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업들은 불법 SW를 정품으로 교체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말 뉴욕 주 등 38개 주가 UCA를 도입했으며 38개 주 검찰총장은 연방무역위원회(FTC)에 서한을 보내 연방정부가 직접 나설 것을 압박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무역대표부(USTR) 안에 SW 불법 사용을 단속할 무역집행처(ITEC)를 신설했다. 미국은 SW를 불법 사용해 생산 단가를 낮추는 것이 불공정 경쟁에 해당하며 싼 가격의 제품 수입이 미국의 실업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테네시 주 검찰이 태국 타이어 수출업체에 같은 혐의를 적용해 조사를 진행 중이며 워싱턴 주는 세계 4위 항공기 제작사인 브라질의 엠브래어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수출기업은 1만9125곳으로, 전체 민간기업의 약 22%이며 이 기업들 중 40%가 알게 모르게 SW를 불법 사용해 ‘위험군’으로 꼽히고 있다. 중소 중견업체들이 가장 취약하지만 대기업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UCA는 SW를 불법 사용한 하도급 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아 완제품을 생산한 대기업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