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산업부
5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회사 수익성이 악화되던 2009년 1월 포스코 임원들은 급여 10%를 자진 삭감했다. 임원 아래인 각 그룹 리더들도 급여 5%를 회사에 반납했다. 그해 2월 말 취임한 정준양 회장은 “포스코그룹 임원들이 임금을 반납해 모은 100억 원으로 인턴사원 1600명을 뽑아 ‘잡셰어링’에 동참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당시는 현대중공업, 한화, SK, 한국전력 등 상당수 기업 임원이 고통 분담에 나섰던 시기였다.
취임 나흘 만에 나온 권 회장의 임금 삭감 역시 명분은 고통 분담이다. 재무구조 혁신을 첫 번째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본인을 포함한 임원들이 솔선수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연봉 1달러’만큼 파격적이진 않지만 나름대로는 사업 구조조정을 앞둔 최고경영자(CEO)로서 강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권 회장의 혁신은 일단 ‘허리띠 졸라매기’로 첫 걸음을 뗐다. 문제는 다음이다. 포스코는 지난달 출범시킨 ‘포스코 혁신 1.0 추진반’을 통해 그룹 전체에 산재한 군살들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 직원들은 혹여나 본인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가 폐기되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선 군살을 도려내는 것 못지않게 맨살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권오준표’ 혁신의 두 번째 걸음은 어떤 모습일까. 결과는 추진반 업무가 끝나는 5월 중순이면 나온다.
김창덕·산업부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