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세상을 바꿉니다]<3>키보드 위의 언어폭력
온라인 막말이 극심해지면 상대방은 큰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고 심각할 경우 자살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온라인상 싸움이 격렬해져 상대방을 인신공격하고 욕설을 하는 행위를 ‘플레이밍(flaming)’이라고 한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악용해 모욕, 협박, 험담 등으로 상대방의 자아개념을 훼손시키는 악의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일컫는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이버 문화에서 유독 플레이밍이 심해지는 이유를 상황적인 특성과 개인적인 특성으로 나눠 분석하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 주경희 박사 연구팀의 ‘인터넷 댓글문화에서 플레이밍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플레이밍은 무례한 언어를 사용하는 게 일상적인 규범으로 받아들여지는 사이트에서 쉽게 벌어지곤 한다. 반말을 부추기고, 일부러 악플을 다는 ‘디스(diss·무례, 경멸을 뜻하는 disrespect의 준말) 문화’가 자리 잡은 일베 같은 사이트는 플레이밍이 벌어지기 쉬운 전형적인 상황이다.
개인적으로는 일상에서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인터넷에서 폭력적 언행을 일삼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폭력적인 행동을 했다가 비난이나 저항을 받기 쉬워서 화가 나도 참기 마련이다. 반면 온라인에서 익명성의 그늘에 숨을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쌓인 스트레스를 ‘악플’로 ‘감정적 배설’을 할 가능성이 높다. 사이버 막말에 자주 노출된 사람일수록 이를 익숙히 받아들이고, 한층 더 강도 높은 플레이밍을 저지르는 경향도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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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