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62% 휴진반대… ‘건정심 위원 배분’ 불씨는 남아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4∼29일로 예정됐던 2차 집단휴진을 철회하기로 했다. 의협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 회원 중 62.2%(2만5628명)가 집단휴진을 유보하는 데 찬성했다”고 밝혔다. 휴진 강행을 선택한 회원은 37.8%(1만5598명). 17일부터 이날 정오까지 실시된 이번 투표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록된 활동 의사 9만710명 중 45.3%(4만1226명)가 참여했다.
투표에서 휴진 철회로 결과가 나온 것은 17일 의·정 합의안 발표 후 의사들의 투쟁 열기가 수그러들었기 때문이다. 의료계와 정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 구조 개편에 합의함에 따라 수가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고, 원격진료 시범사업도 의료법 개정 이전에 6개월 동안 실시하기로 하는 등 의사들의 요구 조건이 수용됐다. 1차 휴진 후 뒤늦게 투쟁 확산 조짐을 보였던 전공의들도 수련환경 개선 요구가 대부분 반영되면서 투쟁 열기가 식었다.
하지만 앞으로 의료계와 보건복지부 사이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의협은 휴진 ‘철회’ 대신 ‘유보’라는 표현을 수차례 사용했다. 앞으로 원격진료, 영리 자법인 허용, 건정심 구조 개편 등 의료계 현안 해결 과정에서 의·정 간 갈등이 재연될 경우 언제든 휴진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또 의료계의 입김이 세지면서 건강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이 참여한 건강보험가입자포럼은 “정부는 의료계 달래기용으로 국민 보험료 부담은 고려하지 않고 건정심에 의료계 측 인원을 확대하는 방안에 합의해줬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건정심 인원 구성이 바뀌지만 정부가 중재자로서 제 역할을 해 의료계의 지나친 수가 인상 요구를 충분히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