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규 환경부 장관
물은 소중하지만 풍부한 자원이라고만 오인해 왔다. “물 쓰듯 한다”는 우리 속담 역시 이러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꼭 그럴까.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양은 14억 km³에 달하지만 이 중 97.47%는 마실 수 없는 짠물이다. 나머지 2.53%에 해당하는 민물도 빙하나 빙산(69.57%), 지하수(30.04%)로 존재하고 있다. 손쉽게 이용 가능한 하천수와 호수는 전체 민물의 0.39%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1274mm로 전 세계 평균의 1.6배이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1인당 가용 수자원은 세계 평균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국가에 속한다.
물과 다이아몬드의 관계가 더이상 역설이 아닌 시대가 도래한 지 오래됐다. 물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데 각종 개발행위로 인해 깨끗한 수원을 지켜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로 강우 패턴이 바뀌면서 물 공급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지구의 온도가 1도 오를 때마다 물의 증발량은 8% 증가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물의 수요가 계속 증가한다. 20세기 이후 인구는 2배로 늘어났지만 물 소비량은 6배나 늘었다.
국가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인 물 관리는 원칙이 바로 설 때 비로소 잘 이루어질 수 있다. 최고의 물 관리 원칙은 무엇보다 ‘오염 원인자 부담원칙’이라 할 것이다. 오염을 덜 처리한 채 방류한 이익을 그 개인이 오롯이 가져가고 하천, 호소, 지하수 오염의 비용은 모든 사람들이 분담하게 된다면 생물학자 개릿 하딘이 주장한 ‘공유재의 비극’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자유방목으로 공유 목초지가 황폐화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수혜자 부담원칙’도 준수해야 한다. 상수원 지역에서 깨끗한 물을 지키기 위해 부담하는 비용을, 물을 이용하는 하류 지역에서도 나눠야 하는 예가 대표적이다.
22일은 19번째 맞는 ‘세계 물의 날’이다. 물 관리를 과학적이고 선진적인 환경관리제도로 전환하고자 한다. 그 일환으로 물 관리제도의 과학화, 민주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긴 호흡으로 미래세대를 배려하자. 조금만 멀리 보면 경제와 환경이 함께 갈 길이 얼마든지 있다. 경제발전과 환경보전이 선순환하는 사회, 이것이 곧 창조경제 사회의 참모습이 아닐까.
윤성규 환경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