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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학회장이 “황사같다”고 꼬집은 의원입법 실태는…

입력 | 2014-03-22 03:00:00

[규제개혁 끝장토론 이후]
본인 발의 법안과 반대 주장 펴는 코미디도
의원 제출 법안 하루 13건씩 쏟아져… 사전심사 안받아 질낮은 규제 양산




김도훈 한국규제학회장은 20일 열린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의원입법을 ‘황사’에 비유했다.

무분별한 의원입법(황사)을 막지 못하면 정부가 규제개혁을 해봐야 집에서 먼지를 털어내는 수준일 뿐이므로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이런 비유가 나온 배경에는 최근 의원입법이 불필요한 규제를 대거 양산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먼저 국회에 제출되는 법안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2년 5월 문을 연 19대 국회에는 이달 20일까지 9352건의 법안이 제출됐다. 하루에 14건씩 쏟아진 셈이다. 이 중 정부가 제출한 것은 5.9%뿐이고 나머지 94.1%는 의원들이 발의했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677건)이나 민주당 강창일 의원(687건)처럼 매일 평균 1건 이상 발의한 의원도 있다.

국회 제출 법안은 16대 2507건, 17대 7489건, 18대 1만3913건 등으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인다. 19대 국회의 경우 아직 절반도 안 지난 것을 감안할 때 최종 제출 법안 수는 2만 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많다 보니 본인이 발의한 법안을 스스로 반대하는 듯한 주장을 펴는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2012년 11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 지방대생 취업 비율을 의무화하는 법안 발의에 동참했다. 하지만 지난해 토론회에서는 “지방대생일수록 공무원시험 준비에 매달리는데 지켜지지도 않는 할당제나 목표제에 과도한 기대를 걸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은 정부 법안과 달리 규제 심사를 받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질 낮은 규제 법안이 정치적 합의에 따라 통과되는 일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을 상정하기 전에 의무적으로 규제영향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국회에서도 이런 지적을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로운 규제와 관련된 의원입법의 경우 당 차원에서 규제입법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야당 제출 법안도 규제 영향 타당성을 검토한 뒤 여야 협의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도 21일 라디오에서 “그동안 규제를 걸러내는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생각해볼 점이 있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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