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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70… 난, 아직도 예측 불가능한 연주 꿈꿔”

입력 | 2014-03-24 03:00:00

4월 27일 4년만에 내한공연 갖는 ‘3대 기타리스트’ 제프 벡




기타리스트 제프 벡의 2010년 내한공연 당시 연주 모습. 벡은 “시간을 1970년대로 돌린다면 미터스, 부커티 앤드 디 엠지스처럼 리듬감 있는 솔 밴드 멤버로 한번쯤 연주해보고 싶다”고 했다. 프라이빗커브 제공

제프 벡(70)은 독불장군이다.

1960년대 지미 페이지(레드 제플린)의 추천으로 에릭 클랩턴을 대체해 밴드 야드버즈에 들어갔고, 롤링스톤스와 핑크플로이드가 모두 영입을 원했지만 그의 강한 개성(성격과 연주 모두)을 포용하기 힘들어 포기했던 영국 기타리스트.

블루스부터 헤비메탈과 전자음악까지 포괄하는 그의 연주 중에서도 스티비 원더의 곡을 기타로 재해석한 ‘코즈 위브 엔디드 애즈 러버스’(1975년)는 그가 왜 ‘기타의 도인’이라 불리는지에 대한 명답이다. 트레몰로 암(기타의 끝 쪽에 달린 음정 조절 손잡이)과 볼륨을 오른손으로 동시에 조절하며 테레민(손을 공중에 띄운 채 연주하는 전자악기)처럼 섬세하게 흐느끼는 벡 특유의 연주는 다른 악기로 대체될 수 없는 표현의 한계를 보여준다.

2010년 첫 내한공연을 연 뒤 4년 만에 한국을 찾는 그는 e메일 인터뷰에서 “4년 만의 신작을 미완성한 채로 순회공연에 나서게 됐다. 신곡과 옛 노래를 섞어 들려주겠다”고 했다. ‘죽기 전날 마지막으로 연주하고 싶은 곡’을 묻는 질문에는 답을 빈칸으로 남겨뒀다.(4월 27일 오후 6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올림픽홀·8만8000∼15만4000원·02-563-0595)

―4년 전 첫 내한공연의 인상은….

“모든 관객이 열정적이었던 게 기억난다. 다시 가고 싶었는데 그렇게 돼 정말 기쁘다.”

―지금은 음악계에서 ‘기타 솔로 연주’가 거의 사라진 시대다.

“그래도 레이디 가가가 최근 싱글에 기타 솔로를 넣은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어쨌건 예전 같지는 않다. 하지만 펜더 기타가 여전히 매주 수백만 대씩 팔린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뭔가 계속돼야 한다.”

―당신은 기타 연주에 일렉트로니카 같은 최신 경향까지 늘 접목해왔다. 신작에서도 그런 실험을 할 건가.

“물론이다. 신작은 12개의 앨범이 한 음반에 담긴 것처럼 들릴 정도로 다채롭기 때문에 제목 정하기도 힘들다. 그중 한 곡은 굉장히 센 테크노다.”

―요즘 주의 깊게 보는 신진 기타리스트를 꼽는다면….

“데릭 트럭스(35·올맨 브러더스 밴드, 테데스키 트럭스 밴드). 놀라운 연주자다. 잭 화이트(39·래콘테어스, 데드 웨더)도.”

―어떤 음악을 주로 듣나.

“모타운(1960, 70년대 큰 인기를 끈 미국 디트로이트의 솔 음반사) 음반을 듣는다. 경쟁적인 기타 연주가 없는, 라디오와 1962∼1972년의 세계를 위한 아름답고 위대한 팝 음반들이니까. 드럼 사운드와 베이스, 멜로디와 하모니 때문에 늘 듣게 된다.”

―당신 연주는 여전히 엄청나게 섬세하다. 기타 연습은 얼마나 하나.

“가끔 쉬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2∼3일 이상 (악기에서) 떨어져 있지 않으려 한다. 집에 있는 모든 의자 주변에 기타 한 대씩을 놔둔다.”

―이제 70세다.

“음악이 날 살게 한 원동력이라는 걸 다시금 느끼고 있다.”

―돌아보면 당신의 음악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시기가 언제였나.

“야드버즈 때일 거다.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었다. 다음으론 건반주자 얀 해머의 밴드에서 연주하던 76년이다. 그 밴드는 놀라웠고 다른 팀보다 25년은 앞서 있었다.”

―어떤 음악인으로 기억되고 싶나.

“예측 불가능했으며,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려는 과정에서 많은 실수를 한, 미친 녀석.”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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