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구조안전 전문가 현장점검
20일 경주 석굴암에서 클라우디오 마르고티니 박사(앞)가 홍성걸 서울대 교수와 함께 본존불 좌대의 균열을 살피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해외의 저명한 문화유산 구조안전 전문가가 붕괴 가능성이 제기됐던 국보 제24호 석굴암 본존불상이 안정적이란 결론을 내렸다. 유네스코 자문기구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의 건축유산 구조분석복원위원회 명예의장인 조르조 크로치 박사는 20, 21일 경주를 방문해 “사견을 전제로 본존불 미세균열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한달 안에 이코모스 한국위원회에 공식 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로치 박사는 피사의 사탑과 카프라 피라미드(이집트), 스트라스부르 대성당(프랑스) 복원에 참여했던 세계적인 건축물 구조안전 전문가. 1995년 석굴암의 세계유산 등재 때도 안전진단에 참여해 한국과 인연이 깊다. 함께 방한한 유네스코 자문위원인 클라우디오 마르고티니 박사는 이탈리아 환경보호연구소 소속으로 북한 고구려고분군 보존사업을 진행했다.
회의에 참석한 김동욱 석굴암 구조안전점검단장(경기대 명예교수)은 “두 학자가 준비를 많이 해 꼼꼼하게 의견을 교환했다”며 “크로치 박사를 포함해 모두 본존불 붕괴는 부적절한 시나리오라는 데 공감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12월 균열 논란이 제기된 석굴암 본존불을 둘러보는 박근혜 대통령(왼쪽). 동아일보DB
문화재청 안팎은 이번 유네스코 현장조사가 꼭 필요했는지 의문을 표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제기된 석굴암 불상과 좌대 균열은 1970년대 전부터 존재한 게 대부분이었다. 문화재청도 1996년부터 지속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해명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유네스코에 ‘객관적 검증’까지 요청하게 된 것.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해외학자들이 이번 점검에 사용한 구조해석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개발했다”며 “과신도 금물이지만 국내 학계의 의견을 너무 신뢰하지 않는 것도 큰일”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