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양립’ 제도 잇단 도입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올해 행보는 여느 때와 달리 매우 적극적이다. 정 회장은 가족친화 경영으로 조직원의 기를 살리고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동아일보DB
안식주뿐만이 아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퇴근시간에 임직원들의 PC가 자동으로 꺼지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같은 ‘가족친화 경영’은 유통업계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통업계는 원래 근무시간이 길고 주말에도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다른 업계보다 센 편이다.
○ 쉴 때 제대로 쉬어라
정 회장이 추구하는 조직은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회사다. 예전과 달리 가족과의 생활을 중시하는 임직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충분한 휴식을 통해 창의성과 활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제도의 특징은 한마디로 ‘쉴 때 제대로 쉬고 쓸데없는 노동력 낭비를 없애라’는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다른 기업들의 가족친화경영 실패를 거울삼아 강력한 가이드라인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올해 1월 유통업계 최초로 도입한 ‘PC오프제’는 업계에서 큰 화제를 불러왔다. 현대백화점 본사에서는 오후 7시에, 각 백화점에서는 오후 8시 반에 PC가 자동으로 꺼진다. ‘쓸데없는 야근을 하지 말고 집에 가라’는 뜻이다.
○ 조직문화 개선… 공격적 사업 확장의 밑바탕
현대백화점그룹은 조직 내부에서는 직원의 만족도를 높이는 소프트 전략을 채용했지만 외부적으론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최근 직원 만족도가 높아진 만큼 조직 경쟁력도 향상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아웃렛 사업 등 신규 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올해 5월 서울 금천구 하이힐아울렛 위탁 운영을 시작하며, 9월에는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 매장을 일괄 임대해 아웃렛으로 바꿀 예정이다. 12월에는 경기 김포시에 프리미엄 아울렛 매장을 연다.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확장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현대백화점그룹은 중견 가전업체인 동양매직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과 홈쇼핑의 유통망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목표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