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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하교시간 수십대 ‘꼬리’… 여주, 경계석 설치 ‘원천봉쇄’

입력 | 2014-03-25 03:00:00

[시동 꺼! 반칙운전 시즌2/우리 동네 교통안전, 우리가 지킨다]
<6·끝>스쿨존 불법주차 살펴보니




10일 오후 경북 영덕군 영덕읍 남석리 영덕야성초등학교 후문. 하교 시각인 오후 1시경 후문 앞에 아이들을 태우러 온 학부모들의 승용차들이 불법으로 주차해 있다. 영덕=김성모 기자 mo@donga.com

《 작년 한 해 동안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어린이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스쿨존 내 불법 주차는 운전자와 아이들의 시야를 가려 사고를 유발하는 위험요소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초등학교 인근에 주차가 끊이질 않고 있다.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2009년 7명, 2010년 9명, 2011년 10명, 2012년 6명, 2013년 6명으로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정부는 2011년 스쿨존 내 불법 주차 과태료를 2배(승용차의 경우 4만 원→8만 원)로 올렸지만 불법 주차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취재팀은 ‘동아교통안전지수’에서 스쿨존 내 불법 주차가 가장 적은 곳(스쿨존 내 차량 점유율 0.00%)으로 나온 경기 여주시를 찾았다. 반면 가장 불법 주차가 많았던 경북 영덕군(48.88%)에는 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 장상호 교수와 동행해 현장을 점검했다. 》  
▼ 학교앞 불법주차 최다, 영덕 ▼
CCTV-경계석 없는 학교 많고… ‘주차 금지구역’ 팻말 없는 곳도
아이들, 車미로속 지그재그 하교


10일 영덕군 영덕읍 남석리 영덕야성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4학년 문건우 군(12)은 학교 앞에 차들이 주차하는 것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다. 매일 반복되다 보니 당연한 것이 돼버린 것이다. 문 군은 “제 키보다 높은 차가 서 있으면 고개를 앞으로 쭉 내밀고 차가 오는지 지켜보고 걸어요. 특히 학교 바로 왼쪽에 작은 오거리가 있는데요. 차가 어디서 오는지 보이지 않으니까 정신 바짝 차려야 돼요”라고 말했다.

영덕야성초 앞에는 폭 8m가 채 안 되는 좁은 일방통행도로가 있다. 학교 바로 앞에 시장이 있어서 차량들이 수시로 지나다녔다. 기자가 이날 오후 2시경 찾아갔을 당시 승용차 13대가 도로변에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학교 정문 앞에는 아이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 차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등·하굣길 학생들의 통학 안전을 돕는 지킴이가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인도로 유도했지만 주차하는 차량까지 막지는 않았다. 심지어 영덕야성초에는 ‘불법 주차 금지구역’ 팻말도 없었으며 경계석, 주정차 단속 무인카메라도 보이지 않았다. 학교 측은 ‘사고 위험’을 이유로 학부모 차들이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후문에는 상태가 더 심각했다. 주로 학원차량들이 정차해 아이들을 태워가는 후문에는 지킴이도 없었으며 23대의 승용차가 주차돼 있었다. 주차된 차량과 아이들을 태우러 온 학부모 차량이 줄지어 있던 것이다. 덕곡천 옆에 있는 이 도로에는 근처 공사장으로 향하는 25t 트럭이 수시로 지나다녔다. 차량들 때문에 아이들이 차도로 나와서 위태롭게 걷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 장상호 교수는 “지금 상태로는 사고 위험성이 너무 높다. 학교를 개방하거나 승하차 장소를 따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초등학교에도 불법 주차 문제는 심각했다. 같은 날 오후 4시경 영덕군 강구면 오포리에 있는 강구초등학교 앞에도 18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강구초는 상가 밀집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서 정문이 어딘지조차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곳에도 불법 주차 금지구역 팻말과 경계석, 주차 단속 무인카메라는 보이지 않았다.

영덕군은 자가용이 많지 않았던 1960년대 도시가 계획돼서 대부분의 길이 좁고 주차공간도 부족하다. 영덕군의 단속 의지가 약한 것도 문제다. 영덕군은 군 전체 주차 단속 건수가 한 해 40건도 되지 않았다.

영덕=김성모 기자 mo@donga.com  
▼ 학교앞 불법주차 최소, 여주 ▼
하교시간 교내 주차장 개방… 市, 도로 횡단않고 갈수있게
교내서 학교밖까지 육교 설치도


7일 오후 경기 여주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어르신들로 구성된 ‘교통안전도우미’들이 아이들의 하굣길 안전을 살피고 있다. 여주=황인찬 기자 hic@donga.com

7일 오후 여주시 여흥초등학교 정문 앞 스쿨존에는 불법 주차한 차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학교가 하굣길에 마중 나온 학부모와 학원 차량을 위해 교내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했기 때문이다. 학교는 교내 찻길과 인도 사이에 펜스를 설치해 안전을 강화했다. 한 음악학원 원장(45)은 “교내를 개방해 불법 주차를 하지 않고도 아이들을 태울 수 있어서 편하다. 교내로 들어올 때는 특히 주의해서 서행을 한다”고 말했다.

후문으로 가니 여주시가 설치한 특이한 시설물도 눈에 띄었다. 교내에서 시작해 학교 밖으로 연결되는 육교가 설치돼 있어 아이들이 차량이 다니는 이면도로를 횡단하지 않고도 안전하게 집으로 향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여흥초에 육교가 있다면 세종초등학교에는 차량통행 금지구역이 있었다. 세종초의 정문과 후문을 연결하는 길이 70m가량의 이면도로 양끝에 볼라드(차량 통행을 막는 말뚝)를 세워 차량 통행을 아예 막은 놓은 것이다. 여흥초 1학년 자제가 있는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 차량 통행을 금지시켜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여주는 동아교통안전지수 가운데 ‘스쿨존 불법주차 자동차 점유율’ 항목에서 전남 강진군, 경남 합천군, 경북 봉화군과 함께 1위를 차지했다. 기자가 이날 오후 여주시의 초등학교 4곳(여주, 세종, 여흥, 점봉초교)의 스쿨존을 살펴본 결과 여흥초를 빼고는 불법 주차된 차량이 몇 대 눈에 띄긴 했으나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이날 하굣길에 학교 정문에서 직접 교통지도에 나선 주일규 여주초 교장(60)은 “학부모와 학원 운전자들에게 정문 앞에 주차를 하지 말아 달라고 꾸준히 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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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는 육교와 차량통행 금지구역 등 안전시설 설치 못지않게 교통안전지도에서 힘쓰고 있다. 2006년부터 초등학교 앞에서 어르신들이 교통지도를 하는 ‘교통안전도우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는 26명이 활동하며 총 4680만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여주=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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