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논설위원
이날 토론의 주된 테마는 호텔이 아니라 게임이었다.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 강신철 대표는 “밖으로는 거대한 내수시장과 정부의 보호정책을 등에 업은 중국이 있고 안으로는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게임산업이) 점점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규제의 도화선으로 2011년 도입된 셧다운제를 꼽았다.
자정 이후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금지한 셧다운제가 ‘암 덩어리’란 말인가. 게임업자를 빼놓은 국민 누구를 붙들고 물어봐도 “노”라는 대답이 나올 것 같다. 규제가 모두 나쁘다면 미성년자에게 술 담배 판매도 허용해야 할 판이다. 초·중등생들이 밤새워 게임을 해야 한국의 게임산업이 세계시장을 석권하는가. 아니, 게임산업은 꼭 세계 1등을 해야 하는가. 마음 같아선 셧다운제를 풀어 게임산업이 정말 잘되는지 지켜보고 싶다.
게임 규제는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로 이원화돼 있다. 여성부는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셧다운제를, 문화부는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라 만 18세 미만 청소년과 그 부모가 요청할 시 특정시간대 게임물 이용을 차단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온라인게임에 대해 이중규제를 하는 점, 국내 게임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해외 게임과 스마트폰 게임에 대해서는 규제가 없어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 장관이 셧다운제 폐지를 압박한 것은 규제 권한을 문화부로 일원화하겠다는 의미다. 여성부가 하면 규제고, 문화부가 하면 규제가 아닌가. 원자력도 진흥과 규제를 한 부서가 할 수 없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따로 만들었는데 게임진흥 부서가 규제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따지고 보면 셧다운제와 게임시간 선택제는 모두 청소년보호법 사항이었으나 여성부와 문화부가 서로 권한을 갖겠다고 싸움을 하니까 국회가 쪼개놓은 것이다.
유 장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인사 청탁을 거절하며 “배 째라”고 말하고 양 비서관이 “배 째드리지요”라고 했던 얘기가 유명하다. 노 정부에 찍혀 자의반타의반 떠났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금의환향했다. 할 말은 하는 강단과 격식을 따지지 않는 소탈함이 큰 장점이다. 하지만 게임산업 주무장관으로서만 역할을 한정 짓지 말고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 미래세대 안위도 생각해보기 바란다. 다행인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유 장관의 ‘오버 짓’에 대해서는 어떤 편도 들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