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일당 5억 노역’ 허재호 前 대주회장… 시민들 허탈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72)이 벌금 254억 원을 면제받기 위해 노역장 유치를 선택해 22일 수감된 뒤 사흘 만에 15억 원을 경감받았다. 이는 하루에 5억 원씩 벌금을 감해 주기로 한 법원 결정 때문. 특히 허 전 회장은 건강검진 등을 이유로 사흘간 노역도 하지 않았다. 허 회장의 노역장 유치일은 50일에 불과해 긴급체포된 기간(1일)과 22∼24일을 빼고 앞으로 46일만 노역장 생활을 하면 벌금을 내지 않는다.
형법은 벌금을 미납할 경우 1일 이상 3년 이하 동안 노역장에 유치해 하루 얼마씩 감경해주는 환형유치(換刑留置) 제도를 두고 있다.
원래 이 제도는 벌금을 낼 형편이 못 되는 사람들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들에겐 도시 일용노동자의 일당에 해당하는 5만∼10만 원이 적용된다. 노역 일수가 길면 벌금을 내도록 강제하는 수단이 된다. 따라서 그룹 총수와 같이 부유한 사람에겐 유치기간을 짧게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얼마씩 감경할지는 법원의 재량이어서 그 액수가 고무줄처럼 달라진다. 실제로 1심에서 벌금 2340억 원을 선고받은 ‘선박왕’ 권혁 회장의 1일 환산금액은 3억 원(780일), 벌금 260억 원을 선고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억 원(260일)이었다.
하지만 1심 재판부(광주지법 형사2부·당시 부장판사 이재강)는 벌금을 가산하지 않고 포탈세액만큼인 508억 원으로 정했다. 허 전 회장이 포탈세액 중 818억 원을 납부한 점과 횡령죄의 피해 법인이 허 전 회장의 개인회사이기 때문에 책임이 크지 않다며 ‘작량감경(법관의 재량으로 형을 덜어주는 것)’을 한 것. 일당을 2억5000만 원으로 계산해 203일 동안 노역하게 했다.
2010년 항소심에선 다시 벌금을 1심 판결의 절반으로 깎았다. 이번엔 허 전 회장이 구속을 면하려고 조세포탈 혐의를 인정한 점을 들어 ‘자수감경’ 카드를 꺼냈다. 피의자가 구속을 피하기 위해 자백한 것을 ‘자수’로 본 것이다.
검찰은 항소심 당시 벌금 1016억 원을 구형하면서도 선고유예를 요청했다. 항소심을 한 광주고법 관계자도 “검찰의 요청대로 선고유예할 수도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중한 형을 내리기 위해 벌금형을 내리는 대신 감경 액수를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허 전 회장의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ID ‘@min***’를 쓰는 트위터리안은 “같은 벌금형을 받아도 일반 국민은 1364년, 먹튀 회장은 49일. 만 배가 넘는 차이”라고 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