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도 마찬가지다. 아직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언제쯤 통일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한국 사회엔 통일이 되면 경제규모 세계 8위, 국민소득 8만 달러와 같은 장밋빛 계산만 넘친다. 그렇게 될 확률은 누구도 모른다.
지난 회에서 통일로 초래될 문제점을 칼럼으로 쓴 뒤 독자들로부터 “그럼 최선의 통일방안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사실 남북이 다 같이 윈윈할 수 있는 최상의 통일방식을 마련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다만 그대로 집행하기가 너무 어려울 뿐이다.
둘째로 통일정책은 일방적으로 추진하기 불가능하다. 아무리 좋은 통일방안을 만들어도 북한은 “저런 방법으로 우릴 무너뜨리려 하는구나”라고 받아들여 기를 쓰고 방해만 할 게 뻔하다. 셋째는 북핵 문제이다. 이상적인 통일방안과 핵을 폐기하기 위한 방안이 상충되면 무엇을 앞세울지를 놓고 한국의 여론이 먼저 분열될 것이다. 북한이 끝까지 핵을 움켜쥐겠다면 아무리 좋은 통일정책도 기를 펼 수가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상적인 통일방안을 마련하기보다는 그것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기가 백배는 더 어렵다. 더 나아가 우리에겐 지금 통일방안조차 없는 상태다.
올해 1월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발언하는 박근혜 대통령. 하지만 ‘통일대박론’이 다음 정부에도 계승될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2005년 12월 한국의 무역규모 5000억 달러 돌파 소식이 언론의 톱뉴스로 다뤄졌다. 그리고 불과 6년 뒤 다시 1조 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수출규모 7위, 무역규모 8위의 강대국이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민 행복도가 2배로 높아졌을까. 시대의 패러다임이 성장과 분배에서 바뀌고 있는 것도 결국 “경제는 잘나간다는데 나는 왜 체감하지 못하냐”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은 남북통일이 되면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겠다며 바람을 잡는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로저스홀딩스 회장)의 발언에 환호한다. 허나 우리는 로저스가 아니다. 통일이 되면 대박을 맞을 사람들은 분명히 있겠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일단 크게 늘어난 세금 고지서부터 받게 될 것이다. 문화와 사고방식이 너무 다른 북한 주민과 이웃으로 살면서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이 외에도 예상되는 어려움은 너무나 많다.
통일은 초기에 남쪽 사람들에겐 경제적 희생을, 북쪽 사람들에겐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정신적 희생을 요구한다. 통일시대의 이상적인 지도자는 국민에게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함께 인내하고 결집하게 만드는 사람이어야 한다. 통일은 통합에서 시작해 통합으로 끝나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전쟁의 폐허와 혹독한 가난을 딛고 일어선 민족이니 통일이 되면 어떤 상황도 잘 헤쳐 나갈 것”이라고 믿는 낙관론자도 꽤 많다. 나도 이 낙관론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처음은 어렵지만 시간이 흐르면 상황은 어떻든 더 나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렵게 생각하는 문제도 통일이 되면 의외로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한국의 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북한 주민들의 소득을 단기간에 끌어올릴까 고민하지만 통일이 돼 북한 주민들이 한국이나 중국에서 일하게 된다면 소득격차는 빨리 줄어들지도 모른다. 다만 장기적으로 북한 지역의 공동화(空洞化)라는 만만찮은 부작용도 있다. 그러니 통일은 닥쳐 봐야 한다.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은 통일은 싫다고 해서 피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 체제의 지속 여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피할 수 없다면 충격을 준비하고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통일 한국이 효자가 될지, 불효자가 될지는 앞으로 우리가 쏟아야 할 인내와 희생에 비례함을 ‘대박’이란 단어와 함께 명심해야 할 것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