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균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장 약대 석좌교수
뒤센을 생각하면 대기업에 취직하기를 원하는 부모의 소망을 뒤로하고 과학이 좋다고, 앞길이 보장되지도 않는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들이 생각난다. 지도 교수 마음도 무거운데, 학생 본인이야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뒤센은 의학 학위를 받은 그해 결혼을 했지만, 아내는 첫아들을 낳다가 산후 감염으로 죽고 만다. 그런데 뒤센의 계모는 ‘뒤센의 아내가 아이를 출산할 때 함께 있었던 사람이 뒤센 혼자였다’며 나쁜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결국 뒤센은 아들을 죽은 아내의 친정에 빼앗기고 생을 마감할 때쯤이 되어서야 아들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또 다른 하나는 입꼬리를 올리는 근육만 수축하는 미소, 이른바 ‘논(non) 뒤센 미소’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팬암 항공 승무원들이 손님을 예의 바르게 맞기 위해 억지로(?) 짓는 미소라고 하여 ‘팬암 미소’라고 불리기도 했다.
뒤센은 사람이 정말 기쁜 마음이 들 때 나오는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뒤센 미소’를 짓게 된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진짜 미소와 억지 미소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은 뒤센처럼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혀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배우들의 단순히 ‘척’하는 연기에 관중이 몰입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때문에 나온 연기법이 그 유명한 스타니슬랍스키의 ‘메소드 연기’이다. 메소드 연기를 배운 배우들은, 실제로 그 배역의 생각과 감정에 빠져들어 자신이 그 배역이 된 듯이 빙의하여 연기를 하게 되기 때문에 진짜 감정이 표정과 몸짓에 드러나게 되고 관중은 이에 몰입하게 된다. 옛날 중국에서 삼국지연의를 공연하던 중 악역 조조 역할을 한 배우가 어찌나 연기를 실감나게 했던지 관객들에게 몰매를 맞아 살해당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올 정도이다.
배우들이 슬픈 운명을 가진 배역에 몰입을 하여 그에 맞는 몸짓과 표정으로 연기를 한 뒤에 감정적으로 탈진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연기파 배우 김명민은 딸을 유괴당한 아버지 역할을 했을 때 실제로 자신이 죽는 악몽을 자주 꾸었다고 한다.
화가 날 때 계속 화를 내고 뾰로통한 표정으로 있으면 부정적인 감정은 더 깊어지고 더 부정적인 사건들이 이어질지 모른다. 종교 경전들이 하나같이 잠시 화가 날 수는 있어도,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품고 있지는 말라고 조언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일 것이다. 성경은 “해(日)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라”고 하고, 불경에는 화를 내면 수많은 죄가 생기니 제일 먼저 참아야 하는 것이 화내는 마음이라고 가르친다.
오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 거북목을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 말고 잠시라도 긴장된 자세를 풀고 소파에 기대어 편안한 음악이라도 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코미디 영화 한 편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불편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여도 점점 부정적 감정의 강도가 사그라질 것이니 말이다. 부주의하거나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 퍼뜨린 나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을 곱씹으며 걱정하는 것보다 뒤센처럼 뭔가 몰두할 수 있는 다른 일(연구나 공부?)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