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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은 건졌지만… 호흡, 기계에 의존

입력 | 2014-03-25 03:00:00

[국정원 과장 자살기도 파문]
권 과장 차량에서 번개탄 발견… 7차례 심폐소생술로 생명 유지




국가정보원 권모 과장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여전히 의식이 없다. 차량 문을 걸어 잠그고 번개탄을 피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부정맥으로 뇌와 폐 등 신체 장기 다수가 손상된 상태다. 권 과장의 위와 장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한 궤양성 출혈이 발견됐다. 그만큼 검찰 수사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권 과장은 22일 오후 1시 25분경 경기 하남시 하남대로 한 중학교 앞 빌딩 입구에 세워진 은색 싼타페 차량 안에서 발견됐다. 이 빌딩 3층 영어학원에서 일하는 외국인 강사 A 씨가 처음 발견했고 함께 강사로 일하는 한국인 아내가 하남소방서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119구조대는 차량 문이 잠겨 있어 뒷유리창을 깨고 권 과장을 꺼냈다. 차량 조수석 밑에선 번개탄 1개가 담겨 있는 은색 냄비가 발견됐고 운전석 옆에는 담뱃갑이 놓여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발견 당시 심정지 상태로 의식이 없고 사망 직전에 보이는 ‘임종 호흡(심정지 호흡)’ 증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119구급대는 권 과장을 서울 강동구 동남로 강동경희대병원으로 이송하면서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하고 3차례에 걸쳐 심장에 전기자극을 주는 제세동을 실시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측이 권 과장을 내과 중환자실로 옮기고 4차례에 걸쳐 심폐뇌소생술(CPCR) 등 응급조치를 하자 권 과장의 심장이 조금씩 다시 뛰기 시작했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권 과장의 처남이라는 40대 중반 남성 김모 씨가 보호자 자격으로 병원에 왔고, 국정원 직원이 권 과장의 신병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이라는 사람이 오더니 ‘(권 과장의) 가정사다. 채권채무 관계로 벌어진 일이니 경찰은 빠져라. 보안을 지켜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권 과장은 보호자 김 씨의 요청에 의해 22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서울아산병원 응급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동아일보의 단독보도로 권 과장의 자살 기도 사실이 알려진 24일 오전부터 아산병원 응급중환자실 앞에는 취재진 수십 명이 몰려들었다. 권 과장 가족은 오전 10시 응급중환자실을 찾아 의식이 없는 권 과장을 본 뒤 오후 8시에도 병원에 와 30여 분 동안 면회한 뒤 택시를 타고 돌아갔다. 권 과장 주치의인 유승목 응급의학과 교수는 오후 6시 응급중환자실 앞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송 당시 심장 상태가 매우 안 좋았고, 의식불명이 지속되고 있다”며 “환자 스스로 충분한 호흡을 할 수 없어 기계에 의존한 호흡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동주 djc@donga.com·임현석·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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