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色고전 3色연출… 4월까지 잇단 무대
《 “셰익스피어 작품은 객석의 모습을거울처럼 무대에 반영한다. 전 세계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다.” 일본 연극 연출의 거장 니나가와 유키오(79)는 셰익스피어에 천착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셰익스피어로 대표되는 고전의 힘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다채롭게 변주돼 묵직한 울림을 주는 게 고전이다.
연극 ‘피의 결혼’ ‘노래하는 샤일록’ ‘메피스토’는 고전을 독특한 색깔로 풀어냈다. 》
고전을 개성있게 변주한 연극들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플라멩코에 남도소리를 결합해 몸의 움직임을 극대화한 ‘피의 결혼’,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소시민들을 그린 ‘노래하는 샤일록’, 자기 안에 꿈틀대는 욕망에 초점을 맞춘 ‘메피스토’(왼쪽 사진부터). 명동예술극장 국립극단 서울예술의전당 제공
‘피의 결혼’은 결혼식 날 옛 연인과 도주한 신부와 그들을 뒤쫓는 신랑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리스 비극을 스페인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가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연출가 이윤택 씨는 플라멩코에 남도소리를 결합했다. 아코디언과 기타를 비롯해 장구 피리 가야금 태평소 등으로 음악을 연주한다. 이 씨는 “플라멩코는 스페인 민중들이 슬퍼하며 땅을 차고 우는 소리로, 남도소리처럼 한의 정서를 가진 데다 둘 다 3박자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 우리 이웃의 모습 ‘노래하는 샤일록’
‘야키니쿠 드래곤’ ‘아시안 스위트’로 잘 알려진 재일교포 3세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 씨는 셰익스피어 희곡 ‘베니스의 상인’을 ‘노래하는 샤일록’을 통해 소시민의 인생으로 담아냈다. 샤일록은 삶에 지친 고집 센 아버지, 딸 제시카는 결혼을 통해 현실 탈출을 꿈꾸는 여성이다. 정 씨는 “유대인 샤일록이 돈에 목숨을 거는 것은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라며 “원작을 보면서 한 가정을 책임지려고 아등바등 사는 아버지들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인물들의 행동을 납득이 갈 수 있게 설정하다 보니 캐릭터가 원작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지게 됐다는 것.
악인과 선인의 경계도 무너뜨렸다. 정 씨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어느 편에서 보느냐에 따라 악인도, 선인도 될 수 있다”며 “조금만 주위를 돌아보면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기륭 윤부진 김정은 이윤재 등이 출연한다. 4월 5∼20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만∼5만 원. 1688-5966
○ 또 다른 나 ‘메피스토’
주로 남성이 연기했던 메피스토 역할은 여성인 전미도가 맡아 유혹과 파멸의 아이콘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파우스트 역은 정동환이 맡았다. 4월 4∼19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3만∼5만 원. 02-580-1300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