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80cm, 연봉 6000만원 남자가 미쳤다고 널 만나냐” 노래 가사에 남성들은 야호!… 여성들은 어휴!
남성 신인가수 ‘브로(Bro)’는 데뷔곡 ‘그런 남자’에서 해학적인 가사로 일부 한국 여성을 풍자한다. 발라드곡 ‘그런 남자’는 21일 발표 직후 남성들의 폭발적인 지지에 힘입어 멜론, 벅스 등 각종 음원차트 톱10에 올랐고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 수는 나흘 만에 80만 건까지 치솟았다. 소속 기획사도 없는 무명 신인가수의 노래가 이토록 파격적인 인기를 끄는 건 이례적이다.
‘그런 남자’는 남성의 조건만을 따지며 과도한 대접을 요구하는 일부 여성을 비판하는 노래다. “말하지 않아도 네 맘 알아주고 달래 주는 그런 남자” “한번 눈길만 주고 갔는데 말없이 원하던 선물을 안겨다 주는 남자” 등 여성이 선호할 듯한 남성상을 쭉 읊다가 돌연 “그런 남자가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 너도 양심이 있을 것 아니냐”라고 외치는 반전이 숨어있다. 브로는 진지한 목소리에 수준급 가창력으로 해학적인 노래를 불러 재미가 더해졌다.
노래는 젊은 남성의 폭발적인 지지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여성 대부분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노래를 들은 여성들은 “극소수 여성의 이야기를 내세우면서 마치 모든 여성이 개념 없는 것처럼 표현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일부 여성을 과도하게 비판하는 가사도 논란거리다. “네 가슴에 에어백을 달아도, 눈 밑에다 애벌레를 끼워 보아도 넌 공격적인 얼굴”이라며 원색적으로 여성을 비하하는 가사는 재미를 떠나 불쾌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로는 각종 음원차트에서 실시간 1위를 하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노래 제작비용은 사실상 ‘0원’이다. 평소 친분이 있던 작곡가 ‘키젠’의 작업실에서 노래를 녹음한 데다 뮤직비디오도 카카오톡 대화 내용으로만 이뤄져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았다.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 중인 브로의 정체는 박영훈 씨(25)다. 열아홉 살부터 가수를 꿈꿔왔지만 제대로 된 음반 한번 내지 못하다 이번에 ‘대박’을 쳤다. 박 씨는 25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동안 남자들이 목 끝까지 올라오면서도 ‘남자가 쪼잔하다’고 욕 먹을까 봐 못했던 말들을 재밌는 가사로 풀어내 남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거 같다”며 “실제 연애 경험을 토대로 가사를 썼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