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터를 구할 때는 가격이 싸게 느껴지는 이른바 ‘평당가의 착시현상’에 주의해야 한다. 경사가 심한 산자락이나 구거에 편입된 땅, 기형의 땅은 등기 면적보다 실사용 면적이 크게 줄어 실제 가격은 크게 높아진다. 박인호 씨 제공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전원생활을 소망하는 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은 바로 돈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내놓기는 어렵다. 땅만 하더라도 수도권과 지방, 관리지역과 농림지역 등 위치(입지)와 용도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귀농·귀촌 자료와 개별 상담을 통해 가늠해 보면, 예비 귀농·귀촌인들이 땅(대지+농지)과 집 마련을 위해 고려하고 있는 예산은 대략 1억∼3억 원 수준인 것 같다. 물론 개인 형편과 집·농지의 크기에 따라 이보다 적을 수도, 크게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싼 땅이 나왔으니 남들이 채가기 전에 빨리 잡아라”는 부동산업자의 말에 2010년 강원도 땅 1000m²(300여 평·등기부 면적)를 평(3.3m²)당 15만 원에 매입한 K 씨(55)는 처음에는 대단히 만족했다. 당시 주변 시세가 3.3m²당 20만 원 선이라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값이 싸다는 생각에 지적도와 인터넷 위성사진만 보고 서둘러 산 것이 실수였다. 나중에 현장을 확인해보니 땅의 4면 중 2면이 급경사지여서 K 씨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은 절반에 불과했다. 게다가 땅 평탄작업을 위한 석축과 토목공사에도 평당 5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실사용 면적(500m²)을 기준으로 토목비용까지 감안하면 K 씨는 그 땅을 평당 15만 원이 아닌 35만 원에 산 셈이다.
땅 매입비용을 계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잣대 중 하나가 바로 평당 가격이다. 땅을 사는 사람 입장에선 가격이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 평당가는 등기부상 면적이 아니라 실사용 면적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게 맞다.
땅의 경사가 너무 급하거나 호우로 유실된 땅, 구거(인공적인 수로나 관련 부지)나 도로에 대거 편입된 땅 등은 등기부상 면적보다 실사용 면적이 크게 줄어든다. 불구의 땅, 기형 땅들이 이런 유형의 땅들이다. 이를 사용 가능한 땅으로 만들기 위한 토목비용도 만만찮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도 있다.
평당가의 착시 효과에 현혹되지 않고 저렴하게 매입하는 방법으로 경매에도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2013년 전국 토지경매는 약 10만 건이 진행되었는데, 이는 2009년 이후 최고치다. 반면 낙찰가율은 60.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수요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과 저가 낙찰 기회가 넓어진 것이다. 경매 전문가들은 “2014년에도 시골 땅 경매물건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어서 이를 잘만 활용하면 전원행 비용을 20∼30% 절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전원행을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은 땅과 집을 빌리는 것이다. 귀농·귀촌 선배들은 한결같이 “덜컥 땅부터 사기보다는 농가와 농지를 임차해 살면서 농사를 지어보고 자신이 생기면 그때 가서 매입해도 늦지 않다”고 충고한다.
지역별로 다르겠지만, 강원도 시골에서 농지(밭) 3300m²를 빌리는 데 연간 임차료(도지)는 보통 50만∼100만 원 수준이다. 심지어 농지은행을 통해 밭 1만 m²(3000평)를 연간 50만 원에 빌리기도 한다.
매입하든, 임차하든 좋은 땅을 구하려면 발품은 필수다. 또한 손품도 필요하다. 먼저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개별 땅에 대한 각종 정보를 사전에 파악한다. 토지 관련 정보는 한국토지정보시스템(KLIS·시도별 제공)이나 온나라부동산정보(www.onnara.go.kr)를 활용하면 좋다. 기본적으로 살펴야 할 토지이용계획(해당 토지의 특성과 규제 명시), 지적도, 토지면적, 소유권 변동사항, 공시지가 등의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농지은행(www.fbo.or.kr)에 들어가면 농지 매물과 지역별 시세를 조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