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사에는 지역의 토박이말과 구어체를 창작의 텃밭으로 삼은 대표 작가들이 여럿 있다. 소설가 이문구가 충청도 사투리의 정겨운 미감을 재현했다면, 최서해와 김남천은 각기 함경도와 평안도 방언을 갓 잡은 물고기처럼 살아 펄떡이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서울말을 잘 살린 문학작품은 어떤 것일까. 소설가 횡보 염상섭(1897∼1963)의 장편소설 ‘삼대(三代)’를 빼놓을 수 없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후 지역마다 연고 문인을 찾아내 문학관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소설가 박태원과 시인 이상 등 수도 서울을 고향으로 둔 작가들은 특별시의 무관심 속에 변변한 기념관 하나 없이 홀대받고 있다. 모든 것이 중앙으로 집중되는 시스템도 문제지만 서울 태생 작가들이 역차별 받는 것도 아쉽다. ‘표본실의 청개구리’ ‘만세전’ 등 깊이와 넓이를 아우른 문학세계로 근대 문학사에 우뚝 선 횡보도 마찬가지다. 1920년 동아일보 창간 기자로 일했던 횡보는 당대의 지식인이자 언론인이었다. 그런 인물의 동상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 4월 1일 광화문 교보문고 출입구 앞에 자리를 잡게 됐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