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페이스북이 모바일메신저 업체 ‘와츠앱’이라는 회사를 사들였다. 직원이 60명도 안 되는 작은 규모의 회사를 인수하면서 페이스북이 들인 돈은 20조 원. 우리나라 기업 중 시가총액 20조 원을 넘는 기업이 10개밖에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어마어마한 미국 기업들의 시가총액, 그리고 이들이 기업 인수에 지불하는 금액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다. 분명한 건 얼마나 많은 미국의 신생 기업이 또 다른 ‘와츠앱’을 꿈꾸고 있는지, 어떻게 미국에서는 매년 조 단위의 시가총액 기업들이 생겨나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김영환 미래에셋자산운용 미국법인·라틴아메리카부 최고투자책임자(CIO) 및 리서치 대표
물론 거품투자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획기적인 C형 감염 치료제를 출시한 대표적 생명과학업체 ‘길리어드’가 치료제의 원천기술을 가진 ‘파마셋’이라는 회사를 2011년 12조 원에 인수할 당시 시장은 그 가치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들은 명확한 사업 구조를 활용해 확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구글이 사들인 ‘유튜브’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뮤직 비디오와 동영상을 볼 때 광고에도 노출된다. 구글은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무인자동차, 초고속망, 스마트안경 등에 20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투자해 미래 먹을거리를 창출한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아마존 사이트를 찾은 미국인은 약 1억 명이다. 아마존은 강력한 유통망을 통해 10만 원 이상의 상품을 구매한 고객의 집으로 책뿐만 아니라 채소나 우유 등 생필품까지 무료 배송해준다.
신생 기업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투자는 유럽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들에서 보기 어려운 역동성을 만들며 미국을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불황에도 계속된 투자가 테슬라 같은 회사를 만들었고, 그 회사가 전기차 시장이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동시에 자동차 시장의 판도까지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패가 무서워 도전하지 않는다면 미래도 없다. 한국에서 코스피 시가총액 중 상위 50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수준이다. 한국 경제는 아직 대기업 위주의 발전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한국은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인프라 환경과 우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처럼 적극적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은 이미 갖춘 것이다. 이젠 미국이 가진 활발한 투자 문화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잘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김영환 미래에셋자산운용 미국법인·라틴아메리카부 최고투자책임자(CIO) 및 리서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