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역은 때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지만,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는 묘한 매력을 뿜어낸다. 백진희 임주은 최원영(왼쪽부터)은 요즘 ‘찬사’를 받는 악역들이다. 사진제공|MBC·SBS
■ 요즘 안방극장…잘나가는 악역들
‘기황후’ 백진희·임주은 시청률 견인
‘쓰리데이즈’ 최원영도 절대악인 열연
강렬한 이미지…시청자들 눈도장 쾅
악역 기피 배우들도 이젠 변신 기회로
악하고 독한 캐릭터가 안방극장을 휘어잡고 있다. 주인공 못지않은 강렬한 모습으로 등장해 극중 몰입도를 높일 뿐 아니라 시청률까지 견인하는 등 악역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수목극 1위를 차지한 SBS ‘쓰리데이즈’의 최원영도 제작진이 ‘최강의 적’ ‘절대 악인’이라고 표현할 만큼 온갖 음모와 악행을 서슴지 않는다. 극중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인 그는 엄청난 재력을 앞세워 대통령 암살을 주도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이들에 앞서 신성록이 SBS ‘별에서 온 그대’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형제까지 죽이는 등 소시오패스 캐릭터를 실감나게 소화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극중 이들 악인 캐릭터들이 벌이는 행동이 더욱 악랄하고 야비해질수록 시청자의 눈길을 더 잡아끈다는 것이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상식을 넘어 잔혹하고 비열한 모습을 드러내는 악역들은 때로 시청자의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는 묘한 매력을 뿜어낸다.
이에 대해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은 ‘착한사람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을 주인공들이 응징하거나 그 자체로 파멸에 이르는 과정 등을 지켜보면서 시청자가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자들의 인식 변화 등도 한몫했다. 과거 연기자들은 이미지 저하 등을 이유로 악역 캐릭터를 기피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악역이 시청자에게 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판단해 악역을 마다하지 않는다. 연기는 물론 오히려 이미지 변신의 성과를 얻는 데에도 이만한 요소가 없다.
윤 교수는 “어느새 시청자는 과거와 달리 악인과 배우를 동일시하지 않는 성숙함을 드러내고 있다. 연기자는 악역 캐릭터를 통해 일종의 연기 변신을 시도할 수 있고, 특히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맞기도 한다”면서 “연기 패턴이 달라지고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악역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