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4주기/잊지 않겠습니다] 4년이 흘러도 마르지않는 눈물
북한은 천안함 폭침 4주기인 26일 ‘사죄와 책임자 처벌’ 대신 사거리 약 650km의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로 발사하며 대남 위협의 강도를 높였다.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한 참배객이 ‘천안함 용사’ 46명의 사진과 이름이 새겨진 현수막 앞을 지나고 있다. 대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고 심영빈 중사의 어머니 김순자 씨(56)는 아들 묘를 보자마자 주저앉았다. 눈물을 닦던 손수건으론 아들 사진을 닦고 손으론 비석에 새겨진 아들 이름을 연신 어루만졌다. 한참을 오열하던 어머니는 “어떻게 그런…아직도 (아들의 죽음이) 믿기지 않아요”라며 간신히 말을 이었다.
천안함 폭침 4주기 추모식을 맞아 26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46용사 유가족들은 아들과 남편의 묘 앞에서 마르지 않은 눈물을 쏟아냈다.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고 정종율 상사의 아버지 정해균 씨(67)는 아들의 묘비 앞에 쪼그리고 앉아 아들에게 말을 건넸다. “종율아, 이렇게 보고만 있으면 뭐 하냐…. 말도 못하고. 환장하겠다, 진짜.” 흐느끼던 울음소리가 점점 커졌다. “무심하게 꿈에도 한번 안 나오냐, 목소리가 듣고 싶은데….”
이날 기일을 맞아 몇몇 가족은 묘비 앞을 깨끗하게 닦고 준비해 온 음식을 정성스럽게 차렸다. 고 이상민 하사의 묘 앞엔 포도와 참외, 토마토 등 과일과 에그타르트, 브라우니와 치즈케이크가 놓였다. 이 하사의 아버지 이병길 씨(66)는 “전부 상민이가 좋아하던 것”이라고 했다. 고 문규석 원사와 고 김종헌 상사의 묘비 앞에는 소주 한 병이 놓였다.
세월의 흐름은 훌쩍 커버린 아이들에게서 느껴졌다. 폭침 당시 생후 갓 한 달을 넘긴 갓난아기였던 고 최정환 상사의 딸 의영 양(4)은 꼬마 숙녀가 됐다. “과자 사달라”고 조르던 의영 양은 엄마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자 두 손으로 엄마 얼굴을 들어올리려 하기도 했다. 13세에 상주 역할을 했던 고 이창기 준위의 아들 이산 군(17)은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왔다. 이 군은 “아버지께 인사드리고 간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천안함 승조원들을 구하려다 순직한 한주호 준위의 가족들도 현충원을 찾았다. 경남 창원시 안골포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 준위의 아들 상기 씨(30)는 “초등학교 6학년 도덕 교과서에 아버지 얘기가 실려 있다”며 “3월이 되면 아이들에게 아버지 얘기를 해주며 교육한다”고 했다. 한 준위의 부인 김말순 씨(59)도 “기억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번 4주기 추모식에 여야 정당 지도부와 박원순 서울시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 많은 정치인이 참석한 데 대해 일부 유가족은 “지난해 대통령이 참석했을 때보다 더 많은 정치인이 왔다. 선거철이라 얼굴 비치러 온 것 아니냐”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