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키워드로 풀어본 영화 로케이션 헌팅의 세계

‘관상’ 내경(송강호)의 집 앞 장면을 촬영 중인 송강호(왼쪽)와 조정석. 이 집은 경기 가평군 유명산 설매재에 임시로 지은 것이다. 이곳에서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제작진은 바닷가를 따로 찍어 컴퓨터그래픽(CG)으로 합성했다. 쇼박스 제공
로케이션과 관련해 한국 영화 중에는 라트비아에서 찍은 ‘베를린’, 전국을 누비며 촬영한 ‘관상’, 농촌 풍경을 담은 ‘피 끓는 청춘’, 전북 군산이 배경인 ‘남자가 사랑할 때’ 등이 화제가 됐다. 이 영화들을 사례로 로케이션에 대한 궁금증을 4가지 키워드로 풀어봤다.
▽데스크 헌팅=‘관상’의 윤홍준 제작실장은 촬영지를 고르기 위해 영화와 드라마 수백 편을 봤다. 한재림 감독이 요구하는 풍경을 찾기 위해 인터넷으로 전국 각지를 사전 조사했다. 이처럼 발품을 팔기 전에 하는 사전조사를 ‘데스크 헌팅’이라고 부른다.
▽거기가 거기=제작진이 찾아낸 비경은 관객의 뇌리에 남는다. 관객은 인상적인 장면의 촬영지가 어딘지 궁금해한다. ‘관상’에서 내경(송강호)의 산 위 집은 경기 유명산의 설매재. 하지만 영화와 달리 여기서는 바다 대신 양평 시내가 보인다. 제작진은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의 바닷가와 설매재 풍경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합성했다. CG가 로케이션의 빈틈을 메운다.
‘신세계’에서 강 과장(최민식)이 자성(이정재)과 은밀히 만나는 실내 낚시터는 전북 완주군의 폐창고. 실제 실내 낚시터는 물 깊이가 3m가 넘지만, 제작진은 창고 바닥에 30cm만 물을 받아 낚시터를 꾸몄다. 1982년 충남 홍성군이 극중 배경인 ‘피 끓는 청춘’은 실제 홍성이 너무 개발돼 시골 풍경이 남아있는 전북 순창군과 남원시에서 찍었다.

전북 군산시에서 모든 장면을 촬영한 ‘남자가 사랑할 때’. 뉴 제공
‘남자가 사랑할 때’의 박민정 프로듀서는 “항구 도시인 군산은 거칠면서도 포근한 분위기가 매력이다. 골목 풍경이 낡고 오래됐지만, 높은 건물이 없어 화면에 예쁘게 담긴다”고 했다.
국내 촬영의 경우 숙소는 모텔이 기본이다. 보통 주연 배우와 감독은 1인 1실, 스태프는 2인 1실을 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