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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4개의 에피소드 통해 중국의 물신주의 고발

입력 | 2014-03-27 03:00:00

자장커 감독의 ‘천주정’




중국의 사회 부조리를 피와 폭력의 문법으로 고발한 ‘천주정’. 에스와이코마드 제공

현대 중국의 사회상을 담는 데 천착해온 자장커(賈樟柯·44) 감독은 중국의 6세대 감독이다.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경험한 6세대들은 이전 세대인 장이머우(張藝謀), 천카이거(陳凱歌) 감독과 달리 사회 비판적인 작품을 선보여 왔다. 그중에서도 자 감독은 사회 부조리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영화로 중국 내에서 제작과 상영이 금지된 이른바 ‘지하 영화’의 대표 주자다. 27일 개봉하는 신작 ‘천주정’도 전작들과 궤를 같이하는 작품이다.

화면에는 중국의 날것이 담겨 있다. 고층 아파트 옆의 빈민가, 최신 아이폰과 닭장 같은 노동자 숙소가 혼재하는 나라. 물신주의가 사회주의 이념보다 더 높이 기치를 올린 이 나라에서 화려함의 뒷골목에는 파괴된 인간성이 뒹굴고 있다. 카메라는 중국의 겉모습을 훑는 동시에 개발의 부산물인 분노와 좌절로 얼룩진 중국인의 내면을 파고든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 4개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악덕 기업주와 이에 동조해 마을 사람들을 착취하는 촌장에게 복수를 꿈꾸는 광부 따하이(장우)의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에는 시골 출신 살인청부업자 조우샨(왕바오창)이 등장한다. 다음 이야기의 주인공은 유부남 애인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퇴폐 사우나 직원 샤오위(자오타오)다. 프런트 직원인 샤오위에게 마사지를 강요하며 돈다발을 내보이는 손님이 나타나 문제를 일으킨다. 네 번째는 공장에서 일하다 퇴폐 이미지 클럽에 취직한 소년을 다룬다.

자 감독의 전작을 본 관객이라면 영화의 문법이 낯설 것도 같다. 자 감독은 데뷔작인 ‘소무’(1997년)부터 ‘플랫폼’(2000년) ‘스틸 라이프’(2006년) ‘무용’(2007년)에 이르기까지 사회 문제를 덤덤한 시선으로 응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총과 칼로 부조리에 맞서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마치 일본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를 보는 듯 화면에는 피와 폭력이 난무한다. 이전 영화에서 답답하리만큼 문제를 응시하던 시선은 잊어도 된다. 간결한 스토리와 스릴러 형식을 도입해 이전 영화들보다 대중성도 높였다. 2012년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18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