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한류 50년의 주역들]해외 건설영토 넓힌 포스코건설
브라질 세아라 주 페셍산업단지에 있는 CSP 일관제철소 공사 현장. 포스코건설 제공
인천에서 출발해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내린 뒤 브라질 상파울루행 비행기로 갈아탄다. 상파울루에서는 다시 브라질리아행 비행기로 환승한 뒤 도착해서는 자동차를 탄다. 이런 여정을 거쳐 도착하는 곳은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북동쪽으로 2000km 떨어진 세아라 주 페셍 산업단지다.
27일 오전 10시 이곳에서는 포스코건설의 슬래브(판형 모양의 철강 반제품) 생산 일관제철소 건설이 한창이었다. 적도 가까이 위치한 곳이라 사계절 내내 높은 기온에 적응해야 하고 수시로 몰려오는 열대성 집중강우(스콜)와 싸워야 하는 험한 환경이다.
○ “중남미시장을 안방으로 만들자”
CSP 일관제철소는 공사비가 43억6000만 달러(약 4조7000억 원)나 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국내 건설사가 따낸 제철플랜트 수주금액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완공되면 연간 300만 t 규모의 슬래브를 생산한다.
브라질 최대 철광석 공급회사인 발레와 한국의 포스코, 동국제강 3사가 합작해 만든 페셍제철회사(CSP)가 2011년 12월에 발주한 사업이다. 세계 건설회사 가운데 드물게 일관제철소 건설에 특별한 노하우를 지닌 포스코건설이 자연스레 공사를 따냈다. 2016년 2단계 공사가 발주되면 포스코건설이 다시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건설은 중남미시장을 차세대시장으로 보고 일찌감치 중동시장에서 눈을 돌렸다. 주요 역량을 중남미시장에 투입한 결과 브라질에서 초대형 공사를 수주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포스코건설의 중남미 지역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101억 달러에 달한다. 국내 건설사 전체 중남미 누적 수주액(244억 달러)의 약 41% 수준이다.
포스코건설이 중남미와 인연을 맺은 건 1998년 브라질 남동부 투바아옹 항구 인근의 펠릿공장 건설을 수주하면서부터다. 2006년에는 3억7000만 달러 규모의 칠레 벤타나스 석탄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하며 국내 건설사 최초로 중남미 에너지플랜트 시장에도 진출했다.
중남미시장을 뚫기는 쉽지 않았다. 일본 미쓰미시, 프랑스 알스톰 등 세계적인 건설사 10곳과 수주전에서 맞붙은 포스코건설은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감동’을 주는 전략을 선택했다. 시차 때문에 현지와 한국의 밤낮이 바뀐다는 점에 착안해 포스코 직원들은 새벽에도 발주처의 e메일을 확인해 바로 답변했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고, 발주 책임자를 한국으로 초대하는 전략도 썼다. 오건수 에너지사업본부 해외사업실장(전무)은 “칠레 발주처의 책임자를 모셔와 포항과 광양의 제철소를 보여주며 용광로, 자가발전설비, 석탄설비를 모두 포스코건설이 만들었다고 자랑했다”며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칠레 책임자가 결국 포스코건설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후 포스코건설은 칠레에서 총 41억 달러의 석탄화력발전소 공사를 추가로 따냈다. 중남미 각지에서 포스코건설은 공공기관을 보수하고 현지 업체에 하청을 맡기기도 했다. 점차 ‘믿을 만한 기업’이라는 평판을 쌓아가자 페루에서도 포스코건설에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2건을 맡겼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은 국내외를 통틀어 일관제철소 모든 공정에 대해 설계, 구매, 시공, 시운전까지 할 수 있는 유일한 건설사”라며 “중남미시장을 발판으로 북미와 유럽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