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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하면 농심” 각인… 직원 90%가 토박이

입력 | 2014-03-28 03:00:00

[기업이 간다, 도시가 산다]<16>31년간 ‘안성탕면’ 짝꿍 안성시-농심 공장




안성시의 지명을 이름으로 삼은 ‘안성탕면’은 전국 6개의 농심 공장 중 오직 안성공장에서만 생산된다(위쪽). 농심 안성공장 직원들이 도로 미화사업인 ‘1사 1로드’ 활동에 참여해 길 위의 쓰레기를 줍고 있다. 안성=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농심 안성공장에 들어서자 짭짤한 라면 수프 냄새가 봄바람을 타고 풍겨왔다. 1982년 경기 안성시 공단로에 세워진 안성공장은 농심 제품에 들어가는 40여 종의 라면 수프를 만든다. 농심 라면 사업의 심장부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만든 수프는 전국 5개 공장에 공급된다. 농심이 안성에 공장을 세운 것은 경부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평택음성고속도로 등과 인접해 물류 이동에 유리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 안성시의 3대 명물 된 ‘안성탕면’

농심은 안성공장을 세운 뒤 라면시장 1위로 뛰어올랐다. 1980년대 초반 당시 라면시장의 독보적인 1위는 시장점유율 80%인 삼양라면이었다. 농심은 안성공장에서 새로운 라면 수프 개발에 매달렸다.

1983년 한국인이 좋아하는 쇠고기와 된장 맛을 베이스로 한 라면 수프를 개발했고, 수프 공장이 들어서 있는 안성의 지명을 따서 ‘안성탕면’으로 지었다. 출시 초기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안성 한우를 시내 정육점에서 직접 납품받아 수프 가공 재료로 쓰기도 했다.

‘안성탕면’은 출시되자마자 폭발적 사랑을 받으며 당시 업계 2위이던 농심을 1위 자리에 올려놓는 계기를 만든다. 안성탕면 출시 1년 6개월 만인 1985년 3월 농심은 라면 시장 점유율 40%를 넘기며 삼양라면을 따라잡았다.

안성탕면은 1987년 442억 원어치가 팔리며 시장 1위 브랜드로 올라섰고 지금까지도 국내 모든 라면 가운데 누적 판매량이 두 번째로 많은 브랜드로 남아 있다(1위는 신라면). 경쟁사는 ‘서울탕’ ‘영남탕’ ‘호남탕’ 같은 모방 제품을 쏟아냈지만 살아남은 것은 안성탕면 뿐이다.

안성은 ‘안성탕면’의 성공으로 도시의 새로운 브랜드를 갖게 됐다. ‘안성맞춤’으로 불리는 안성 유기와 안성 한우 등에 이어 안성탕면은 안성을 떠올리는 대명사가 됐다. 이원섭 안성시청 지역경제과 팀장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안성 하면 떠오르는 연관 단어를 물어보면 매년 안성탕면이 3, 4위 정도에 꼽힌다”며 “지역 내에 ‘농심사거리’를 만들 정도로 농심은 주민들에게 친근한 기업이 되었다”고 말했다.

○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토박이 직원들

안성공장 직원의 500여 명 중 90%에 이르는 450여 명은 안성 토박이다. 직원 대부분이 나고 자란 지역 사회에 애정이 깊어 봉사활동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다.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월급의 일정 부분을 봉사활동 자금으로 모으는 ‘해피펀드’를 만들었다.

이렇게 모은 돈을 가지고 공장 생산라인이 쉬는 매주 수요일 오후가 되면 지역의 아동복지시설이나 노인요양시설을 방문한다. 해피펀드는 홀몸노인이나 한부모가정 등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를 돕는 등 다양한 곳에 쓰인다.

안성시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기업-지역 상생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안성시와 농심은 도로 일부 구간을 기업에 위탁해 관리하도록 하는 ‘1사 1로드(road)’ 사업 협약을 맺고, 매달 1, 2회에 걸쳐 공장 직원들이 도로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등 도로 미화작업을 한다. 이밖에 농가와 연계한 ‘1사 1촌’ 프로그램에 참여해 농가의 일손을 돕는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고준근 안성공장 업무팀장은 “직원들이 현장에 찾아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직접 듣고 맞춤식 봉사를 한다는 데서 토박이 직원들의 안성사랑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성=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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