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올해 출간된 171개 교과서에 대해 어제 가격조정 명령을 내렸다. 초등 3, 4학년이 사용하는 34개 도서는 출판사 희망가격에서 평균 34.8%를 낮춘 평균 4493원, 고등학교의 99개 도서는 평균 44.4%를 인하한 평균 5560원으로 내리라고 요구했다. 당초 지난해 교과서 값과 비교해 평균 73%를 올리려고 했던 교과서 업자들은 수용할 수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교과서 가격 책정을 놓고 정부와 출판사 사이에 정면 대결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2010년 이명박 정부는 고교 다양화 조치와 함께 ‘교과서 선진화 방안’으로 가격 자율제를 도입했다. 교과서의 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도록 출판사 사이에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전까지는 출판사들이 정부가 정한 가격으로 교과서를 판매해 채택률에 따라 수익금을 나눠 가졌으나 새로운 방안은 출판사가 판매수익을 그대로 가져가도록 했다. 경쟁체제 도입은 종이부터 내용까지 교과서 품질의 향상으로 이어졌다. 가격 인상 요인이 생긴 것도 당연하다.
2012년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고교 교과서 13종의 평균가격이 3304원에서 7328원으로 1년 사이 221.8%가 올랐다고 지적했다. 그해 말 정부는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고교 교과서의 무상 지원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해 놓고 미루고 있다. 올해 들어 새 교과서 가격이 너무 높다는 학부모의 불만이 커지자 교육부는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강제 조정에 나선 것이다. 4년 전에는 좋은 교과서를 개발하라고 출판사를 독려하더니 정권이 바뀌었다고 고교 다양화 조치를 후퇴시키고, ‘교과서 가격 후려치기’를 하는 것은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규제 철폐에 목청을 높이는 정부가 반(反)시장적 규제를 가하는 것도 이중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