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우주왕복선을 탄다고 가정해보자. 지구를 벗어나는 즉시 아내가 어떤 행동을 할지 추측을 해보자. 아마도 휴대전화를 꺼내어 지구 사진을 찍을 것이다. 그런 다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것이다. “나 지금 우주에 있어.”
상상이 안 간다면 이런 실험 정도는 해볼 수 있다. 부부 동반 캠핑에 가보자. 일행 중 누군가를 촬영 전담으로 정해놓고, 즐거웠던 사진 기록을 나중에 다시 살펴보자. 십중팔구다. 남편들이 고기를 굽는 사이 아내들은 그 모습을 찍거나 휴대전화를 조작하고 있다. 남자 중에도 SNS를 애용하는 이가 많지만 여성만큼의 정성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여성들의 휴대전화 사진은 네트워크에 오르자마자 친구들의 관심을 끌어 모은다. 댓글이 삽시간에 주르륵 달린다. 어떤 여성들은 그런 재미에 SNS 대문 사진을 하루에 몇 번씩 뻔질나게 바꾼다.
서로에게 익숙해진 단계에서 남성은 그냥 옆에 있는 것으로 충분한 애정표현과 교감이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여성은 그렇지 않다. 그들에겐 ‘그냥 있는 것’보다 ‘무엇을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걸로 남자의 애정을 가늠하기도 한다.
여성들 특유의 ‘만사 이벤트주의’가 여기서 출발한다. 그래서 어딘가에 반드시 가야만 한다. 남자가 이벤트를 만들어 데려가 주기를 원한다. TV로 내려받아서 봐도 될 영화를 사람들이 북적대는 극장까지 가서 봐야 하고,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오페라를 남다르게 감상하기 위해 심지어 호주 시드니까지 가기를 꿈꾼다.
그들에겐 내용 못지않게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성들 사이에선 남다른 경험이야말로 특별한 가치이며 우월감을 느끼게 해주는 포인트다. SNS를 통해 나만의 경험을 전하고 친구들의 ‘부럽다’는 반응을 확인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한다.
미국 심리학자 매슬로의 5단계 욕구설을 끌어다 여성에게 적용해보면 흥미롭다. 매슬로는 인간이 배고픔이나 안전, 교감, 존경, 자기실현의 욕구를 순차적으로 추구해 하나가 채워지면 그보다 높은 수준을 원하게 된다고 설명하지만 여성들은 나름의 특별한 방식을 추구한다.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