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의 女神인가 푸틴의 인형인가
러시아의 크림자치공화국 검사장에 임명된 포클론스카야(왼쪽)와 그를 모델로 한 만화 캐릭터.
러시아에 합병된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의 미녀 검사인 나탈리야 포클론스카야(34)가 연일 화제를 모으며 글로벌 인터넷 스타로 떠올랐다.
이달 11일 크림공화국의 검찰청 검사장으로 임명된 포클론스카야의 첫 기자회견 동영상은 금세 17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푸른색 제복에 요정처럼 앳돼 보이는 미소녀 같은 얼굴, 매혹적인 금발머리, 접시처럼 커다란 눈동자는 “아니메(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여주인공” “전투 준비를 막 마친 여전사”(BBC)라는 찬사를 받기 시작했다. ‘가와이(귀엽다)’를 외치는 일본 누리꾼들이 포클론스카야를 모델로 그린 캐릭터 만화작품 수십 점을 올려놓자 그의 캐릭터는 트위터를 통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검은색 민소매 원피스 차림에 빨간 구두를 신고 관능적인 포즈로 소파 위에 누워 있는 나탈리야 포클론스카야 검사장. 팬들이 인터넷에 올린 이 사진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단번에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경력이 짧은 30대 여검사의 검사장 발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치적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합병해 국제적으로 눈총을 받고 있는 러시아가 비난 여론을 누그러뜨리려 미녀를 내세웠다는 것.
이 전략은 실제로 먹히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녀를 무조건 지지한다” “이번 싸움은 내게도 피할 수 없는 전쟁이 됐다. 가자 크림으로!”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영국의 한 블로거는 “그녀는 포르노 스타가 아니라 노련한 솜씨를 가진 정치인”이라며 “얼굴이 예쁘다고 우크라이나의 소름끼치는 비극적 상황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페이스북에선 그의 이름을 사칭한 가짜 계정도 만들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할리우드 스타인) 패리스 힐턴으로 상징되는 ‘인스턴트 셀리브리티’ 현상”이라며 “안 그래도 알 수 없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점점 더 기묘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평했다.
:: 나탈리야 포클론스카야::
1980년 크림자치공화국 예프파토리아 출생
2002년 국립 카르키프 국제관계대학 졸업
2011년 우크라이나 키예프 중앙검찰청 수석검사
2014년 크림공화국 검찰청 검사장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