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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신연수]100원 택시와 규제개혁

입력 | 2014-03-31 03:00:00


충남 서천군은 주민 6만 명 가운데 30%가 65세 이상이다.

서천군 700여 개 마을 중 23개 마을에는 광복 이후 버스가 들어간 적이 없다. 어르신들은 읍내 병원이나 시장에 가려면 30분 이상을 걸어가서 버스를 타야만 했다. 이런 마을에 단돈 100원만 내면 탈 수 있는 택시가 생겼다. 지난해 6월 군에서 도입한 ‘희망택시’다.

▷택시요금 100원에 서울도 가고 부산도 가면 어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주민들이 미리 신청한 시간에 맞춰 1주일에 2∼4일 읍내와 면소재지까지만 운행한다. 주민들한테 꼭 필요한 최소한의 교통수단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마을별 전담택시 1대가 100∼1300원을 받는다. 원래 6000원에서 1만3000원 나오는 거리인데 나머지는 군에서 지원한다. 1년에 8000만 원의 재정 지원으로 어르신들은 편안하게 5일장도 보고 병원도 갈 수 있다.

▷100원 택시가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자 70여 개 시군에서 따라할 궁리를 하고 있다. 6·4지방선거에 나올 후보들도 너도나도 ‘100원 택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귤이 바다를 건너면 탱자가 되는 법. 지역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섣불리 따라했다간 재정만 펑크 날 수 있다. 전남 나주시에서도 비슷한 ‘마을택시’를 도입하려다 실패한 적이 있다. 서천군은 나주 모델을 지역에 맞게 변형해 성공했다. 2002년부터 내리 3선한 나소열 서천군수의 공약이었다.

▷서천군은 당초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관련 조례로 제도를 도입하려 했다. 그러나 충남도로부터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등 3개 법을 위반했다는 해석을 받고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택시에 대한 재정 지원을 막는 규제가 많아 포기할 뻔했지만 공무원들은 다시 법령을 뒤졌다. 그 결과 ‘지방자치법’의 주민복지 증진 조항을 발견하고 여기에 근거해 희망택시를 만들었다. 규제만 탓할 일이 아니다. 공무원의 의지와 참신한 발상이 있으면 훌륭한 주민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음을 서천군 100원 택시가 보여줬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