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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세 오른다”… 日 주말 사재기 광풍

입력 | 2014-03-31 03:00:00

1일 시행 앞두고 매장 북새통… ‘소비절벽’ 땐 아베노믹스 기로에




30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 신바시(新橋) 역 인근 전자제품 매장. 궂은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매장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4월 1일 소비세(부가가치세)가 현행 5%에서 8%로 오르기 전에 물건을 사려는 인파였다.

“현금으로 사면 3만 엔(약 31만 원)이 더 싸집니다. 거기에 소비세가 오르기 전이니 지금 사시면 가장 싸게 살 수 있습니다.” 55만 엔짜리 대형 TV를 보고 있는 고객에게 종업원이 “지금이 절호의 찬스”라고 서너 차례 강조했다.

할인점에도 휴지 샴푸 등 일용품을 수개월 치 한꺼번에 사두려는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도쿄 다이토(臺東) 구에 있는 디스카운터숍 ‘다케야(多慶屋)’는 이달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50% 늘었다. 종업원은 “손님들이 요즘처럼 한꺼번에 많은 양을 사가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세금이 오르는 데 대해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특히 ‘2중 가격’이 문제가 되고 있다. 도쿄∼-요코하마(橫濱) 전철은 현행 450엔에서 소비세 인상 뒤 464엔으로 오른다. 카드로 표를 구매하면 464엔이지만 자판기를 통해 표를 끊으면 1엔짜리가 없기 때문에 470엔을 내야 한다.

영어회화 학원이나 자동차운전면허 학원 등 각종 교습소도 수강료를 미리 납부해 세금 인상분을 피하려 하고 있다. 은퇴 뒤 연금으로 살아가는 노인들은 세금 인상에 따른 물가 인상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사회보장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997년 이후 17년 만에 소비세를 올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4월 1일부터 소비세 인상에 따른 정치적 부담과 ‘소비 절벽’을 막기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우선 5조5000억 엔 규모의 재정지출과 추가 금융 완화를 준비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이들에 대한 면세조치 확대안도 검토 중이다. 소비세 인상 뒤인 2분기(4∼6월)는 경기가 꺾인다 치더라도 3분기(7∼9월)에는 반등시키겠다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소비침체가 장기화하면 아베노믹스로 인한 호경기에 빨간불이 켜지고 장기집권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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