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회사 운영 1조4000억원 巨富… 25% 지지율로 티모셴코 앞서 ‘복싱챔프’ 클리츠코도 지지선언… 국민들 경제회생 기대감에 선호
5월 25일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우크라이나에서 친(親)서방 노선의 억만장자 페트로 포로셴코(49·사진)가 유력한 대선후보로 급부상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이 29일 보도했다. 특히 또 다른 후보인 헤비급 복싱 챔피언 출신 비탈리 클리츠코 민주동맹(UDAR) 대표가 이날 대선 불출마 및 포로셴코 지지 의사를 밝혀 그의 당선 가능성을 높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25%의 지지를 얻은 포로셴코는 클리츠코 대표(9%),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8%) 등을 크게 앞선 상태다.
이날 공식 대선 출마를 선언한 포로셴코는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방위조약을 서방과 맺겠다”고 밝혔다.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옛 소련의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발사체를 모두 폐기하는 대신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4개국이 경제적 지원과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내용이다. 이어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의 것”이라며 친서방 노선을 분명히 했다.
사업에서 이룰 것을 다 이룬 그는 정계로 눈을 돌려 1998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빅토르 유셴코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2004년 오렌지혁명에 자금을 대 정계 유력인사가 됐다. 유셴코 전 정권에서 외교장관, 이어 빅토르 야누코비치 정권에서 경제개발부 장관 등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했다.
당초 중립 성향의 포로셴코가 반(反)러 노선을 택한 결정적 계기는 2013년 7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초콜릿 분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관세동맹 가입을 압박하며 자국 내 로셴 공장을 폐쇄하자 그는 반러, 반야누코비치 시위에 본격 가담했다. 포로셴코 소유의 방송국은 지난해 말부터 야누코비치 퇴진 시위가 본격화하자 반정부 시위 현장을 내내 생중계했다. 그 자신도 시위에 앞장섰고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해 경찰에 구금 중인 시위대 일부를 석방시키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열악한 우크라이나의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재벌인 포로셴코가 경제 회생에 능력을 보일 것이라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기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그의 정치 경력이 길지 않고 누가 대통령이 되건 친러와 반러로 나뉜 우크라이나의 동서 갈등을 쉽게 아우르긴 힘들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