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식생활 조사해보니
이성경 씨(37·여)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진단을 받고 충격을 받았다. 키 167cm에 체중 53kg으로 날씬하다는 소리를 제법 들어왔던 그녀였다. 술도 한 달에 두어 차례 마실 뿐이다.
하지만 평소 파스타나 빵, 케이크를 즐기는 식습관이 문제였다. 과도하게 섭취된 탄수화물은 간에서 지방 형태로 저장된다. 이 씨가 ‘비(非)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된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는 “‘술고래’나 걸리는 줄 알았던 지방간 환자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탄수화물 과잉섭취로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 사람이 한국인 10명 중 6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일보가 강북삼성병원, 마크로밀엠브레인과 함께 전국의 15세 이상 남녀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64.5%가 탄수화물 과잉섭취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탄수화물 중독’ 단계에 있는 사람은 전체의 9.3%, 탄수화물 과잉섭취의 우려가 있는 사람은 전체의 55.2%나 됐다. 조사는 평소 흰쌀밥과 빵, 과자, 국수, 커피믹스, 청량음료를 먹는 빈도 등 식생활 습관을 심층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한국인들의 탄수화물 과잉섭취가 당뇨,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강북삼성병원이 최근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 1만9125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24.9%인 4758명이 대사증후군 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4명 중 1명이 현재 성인병을 앓고 있거나 잠재적인 환자인 셈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에서 당뇨와 고혈압 유병률은 각각 10.5%, 30.8%에 이른다.
사정이 이런데도 탄수화물 섭취에 대한 우리 국민의 기초지식은 낙제점 수준이다. 이번 조사에서 탄수화물 섭취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한 결과 응답자들의 평균 점수는 44.1점에 그쳤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