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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한국인 65%, 탄수화물 과잉섭취… 당뇨-고혈압 위험군

입력 | 2014-03-31 03:00:00

국민 식생활 조사해보니


이성경 씨(37·여)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진단을 받고 충격을 받았다. 키 167cm에 체중 53kg으로 날씬하다는 소리를 제법 들어왔던 그녀였다. 술도 한 달에 두어 차례 마실 뿐이다.

하지만 평소 파스타나 빵, 케이크를 즐기는 식습관이 문제였다. 과도하게 섭취된 탄수화물은 간에서 지방 형태로 저장된다. 이 씨가 ‘비(非)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된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는 “‘술고래’나 걸리는 줄 알았던 지방간 환자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탄수화물 과잉섭취로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 사람이 한국인 10명 중 6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일보가 강북삼성병원, 마크로밀엠브레인과 함께 전국의 15세 이상 남녀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64.5%가 탄수화물 과잉섭취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탄수화물 중독’ 단계에 있는 사람은 전체의 9.3%, 탄수화물 과잉섭취의 우려가 있는 사람은 전체의 55.2%나 됐다. 조사는 평소 흰쌀밥과 빵, 과자, 국수, 커피믹스, 청량음료를 먹는 빈도 등 식생활 습관을 심층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문을 맡은 이은정 강북삼성병원 교수(내분비학)는 “한국인들의 주식이 흰쌀밥인 데다 최근에는 빵, 국수 섭취까지 늘면서 탄수화물 과잉섭취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인들의 탄수화물 과잉섭취가 당뇨,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강북삼성병원이 최근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 1만9125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24.9%인 4758명이 대사증후군 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4명 중 1명이 현재 성인병을 앓고 있거나 잠재적인 환자인 셈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에서 당뇨와 고혈압 유병률은 각각 10.5%, 30.8%에 이른다.

사정이 이런데도 탄수화물 섭취에 대한 우리 국민의 기초지식은 낙제점 수준이다. 이번 조사에서 탄수화물 섭취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한 결과 응답자들의 평균 점수는 44.1점에 그쳤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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