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00대 기업에 한국 14개, 美中日英佛獨 이어 7번째로 많아 폐허에서 이룬 한강의 기적… 우리 기업들 새 성장동력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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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1974년 자체 기술로 ‘포니’를 만들었다. 3년 뒤엔 1977년 남미의 에콰도르로 수출된 포니 6대는 한국의 첫 자동차 수출이었다. 그 뒤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한국 자동차 산업은 이제 생산량으로 세계 5위에 올라있다.
○ 한국 경제 운명 가를 한 해
‘하면 된다’로 무장한 기업가 정신과 한국 기업의 혁신을 위한 노력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한국 경제 발전을 선도한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 경제와 기업은 대내외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1980년대 연평균 8.6%에 달했던 경제성장률은 2000년대 들어 4.4%를 기록하며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 잠재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최근에는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핵심생산인구(25∼49세)는 2008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도 한국 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대외적인 요인도 한국 경제를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일본의 아베노믹스에서 시작된 엔화 약세 현상으로 일본과 경합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타격을 받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10% 하락하면 국내 전체 수출액이 최대 6%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과 직접 경쟁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기전자 석유화학 조선업계 등 다른 주요 수출기업들도 엔화 약세 쇼크의 영향권에 들어 있다.
올 한 해가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느냐, ‘퀀텀 점프’(대도약)를 하느냐를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신성장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촉진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 한국 기업, 경제 혁신 이끈다
기업들도 재도약을 위해 기업의 체질을 바꾸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삼성그룹은 올해 12년 만에 ‘마하경영’을 다시 꺼내들었다. 대내외적 위기상황에 맞서 근본적인 체질과 구조를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뜻이다. ‘마하경영’은 이건희 회장이 2002년 4월 “제트기가 음속의 2배로 날려면 엔진의 힘만 2배로 늘려서 되는 게 아니라 재료공학부터 기초물리, 모든 재질과 소재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현대자동차는 미래성장 기반 강화를 목표로 차량의 연료소비효율과 안전 성능을 강화하고 친환경차와 스마트카 같은 혁신기술 개발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창사 이후 수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수출기업’으로 성장한 SK그룹은 도전정신과 ‘신개념 R&D’를 발판으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룹 가치 300조 원 달성을 위해 과감한 투자와 신기술 개발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LG그룹은 에너지 솔루션 사업과 친환경 자동차부품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융·복합 정보기술(IT) 역량에 틀을 깨는 창의력을 더해 시장의 판을 흔들겠다는 각오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한국 경제 발전은 불가능에 도전해 새로운 혁신을 창조한 한국 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정부는 기업가 정신이 왕성해지도록 투자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