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한류 50년의 주역들] 신시장 개척 앞장 대우건설
알제리 지도 바꾸는 대우 대우건설이 2008년 수주한 ‘알제리-오만 비료공장’ 건설 현장.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서쪽으로 약 350km 떨어진 지중해 연안 일대의 이 사업을 따내면서 대우건설은 내전으로 철수했던 알제리 시장에 재진출했다. 대우건설 제공
이 현장의 총책임자인 강인규 대우건설 상무의 목소리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강 상무는 “도시를 관통하는 하천복원사업은 공사 구간이 길고 민원 발생 소지가 커 신경 쓸 부분이 많은 데다 이곳의 치안이 좋지 않아 더 긴장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강처럼 알제 시민들의 ‘젖줄’로 통했던 엘하라시 하천은 지난 수십 년간 방치돼 각종 쓰레기와 폐수로 가득한 ‘죽음의 강’이 됐다. 결국 세계 하천오염도 4위라는 불명예까지 얻게 되자 알제리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하천과 그 주변을 친환경적으로 정비할 적임자를 찾아 나선 것이다.
○ 아프리카의 별, 알제리
엘하라시 프로젝트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수주한 첫 하천복원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대우건설이 역사적인 사업을 따낸 데는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바탕이 됐다. 환경부는 한강종합개발사업 노하우를 토대로 알제리 정부에 엘하라시 하천에 대한 수질 개선 마스터플랜 수립을 제안했고, 알제리 정부는 2010년 1월 수자원부 장관회담 등을 통해 한국과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대우건설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발주한 해당 프로젝트의 사업자로 선정됐고 알제리 현지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어 공동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알제리 하천정비사업은 올해 말까지 총 190억 달러(약 20조2350억 원)가 투입되는 알제리의 핵심 국가사업이다. 대우건설이 현재 공사를 진행하는 구간은 총 5억 달러(약 5325억 원) 규모다. 대우건설은 이 사업을 통해 조만간 발주될 예정인 하수처리장, 폐수처리장 등 후속사업 수주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강 상무는 “대우건설이 진행 중인 구간과 현지 업체가 짓는 구간의 품질 차이가 확연하다 보니 알제리 정부 관계자들이 수시로 공사 현장을 찾아 조경 및 하천정비 기술을 체크하면서 현지 업체들에 본보기로 삼을 것을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후 지속적으로 기회를 엿본 끝에 재진출에 성공하면서 아프리카 지역의 최대 미래 시장으로 떠오르는 알제리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기회의 땅, 아프리카
대우건설은 아프리카에서 특히 독보적인 입지를 쌓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지금까지 아프리카에서 수주한 747억 달러(약 79조4733억 원) 중 3분의 1이 넘는 263억 달러(약 27조9805억 원)가 대우건설이 수주한 프로젝트에서 나왔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아프리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은 남들이 가지 않는 곳,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를 먼저 개척하려는 ‘대우건설맨’ 특유의 도전정신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1973년 창립한 대우건설은 선발주자들보다 10년가량 늦게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말에는 중동에만 치우친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 진출로를 다변화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눈을 돌렸다. 아프리카는 자원의 보고(寶庫)지만 외국 기업의 진입이 쉽지 않아 선진국들도 번번이 진출에 실패하고 있었다. 대우건설은 1977년 수단을 필두로 나이지리아, 리비아 등 아프리카 11개국에서 신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최근 대우건설은 국내 해외건설 역사상 최단기간인 38년 만에 해외 누적 수주액 500억 달러(약 53조2500억 원)를 돌파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