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세상에서 가장 감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나 스스로 ‘그것’이 되는 일이다. ―감성의 끝에 서라(강신장 황인원·21세기북스·2014년) 》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저 안에 천둥 몇 개/저 안에 벼락 몇 개/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저 안에 땡볕 두어 달/저 안에 초승달 몇 날”(장석주 시 ‘대추 한 알’)
저자는 이 시가 자신에게 ‘운명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한다. 대체 시인들은 어떻게 대추 속에 있지도 않은 태풍을 볼 수 있단 말인가. 궁금했다. 여러 시인을 찾아가 물었다. 깜짝 놀랄 만한 대답이 돌아왔다. 답을 듣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하지만 시인들은 역지사지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간다. 상대방의 입장이 돼보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이 곧 ‘그것’이 된다. 일체화다. 시인들은 세상 곳곳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면서 벽이 되고 하늘이 되고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고 대추가 된다. 이것이야말로 시인들만 가진 독창성이자 깊이 있는 관점의 원천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시구들은 여기서 나온다.
많은 경영자가 입으로는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한다면서도 막상 현실에서는 지극히 공급자적 관점을 버리지 못해 비난을 사거나 소비자 마음 깊은 곳으로 침투하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세상의 모든 것에 말을 걸고, 생명 없는 것을 살아 움직이게 하며, 일상적인 언어를 특별한 언어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시인들의 관점을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최한나 기자 h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