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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판 동언, 천사장의 탱고, 1923∼35년.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 케이스 판 동언은 섹시한 이미지에 열광하는 남자의 본성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양복을 입은 남자천사가 벌거벗은 여자와 구름 위에서 황홀경에 빠져 탱고를 추는 야한 그림을 그렸겠는가. 남자는 천사의 우두머리인 천사장이고 여자는 환락가의 댄서다. ‘착한 남자-나쁜 여자’ 공식을 드러내는 이 그림은 화가의 여성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성욕은 인간 감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남자가 여자를 성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성욕을 삶의 에너지로 활용했던 케이스 판 동언의 그림은 철학자 말렉 슈벨의 ‘욕망에 대하여’에 나오는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이 세상에는 자신을 풍요롭게 하는 착한 욕망이 있는 반면 또 다른 욕망을 갈망케 하여 착한 욕망을 축소시키거나 파괴하는 나쁜 욕망이 있다. … 욕망의 과잉이나 무분별한 쾌락은 정열을 망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므로 최상의 욕망은 제어된 욕망이고 좋은 욕망은 절제된 욕망이다.’
욕망에서 해방되는 방법을 알게 되었지만 문제는 실천하기가 너무도 어렵다는 것.